예비군 교육에서 싹 사라진 천안함·연평도

입력 2018.05.16 03:01

새 안보교육 영상서 北 1회 언급… 조선 의병·양성평등 내용 추가
예비군 "왜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軍에서도 '北은 대화상대'라 교육

올 들어 안보 교육 현장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과 관련한 내용이 사라지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對南) 공격 사례를 강의하지 않는다. 대신 예비군·민방위 강연에서 외부 강사들은 조선시대 의병 활동이나 안보와 무관한 양성(兩性) 평등 교육을 한다.

군은 올해 예비군 교육 영상 2편을 새로 만들어 지난 3월부터 활용 중이다. 각각 '최고다 예비군' '공감으로 강해지는 예비군'이란 제목이다. 총 12분30여초 길이의 이 영상들에서 '북한'이란 단어는 한 번 등장한다. 1968년 북한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계기로 예비군이 창설됐다는 대목에서다. 영상은 이후 '예비군의 중요성' '예비군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대신 2차 세계대전 때 스위스 정부가 국민 총동원령으로 독일 나치군의 침략을 억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작년 예비군 교육 영상은 달랐다. 작년 상영된 '전쟁의 평행이론-대한민국 VS 북한'이란 6분30여초짜리 영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여덟 번, 6·25전쟁이 일곱 번, 천안함·연평도 도발이 각각 세 번 등장했다. '북한'이란 단어가 25번 나왔다.

1년새 확 달라진 안보 교육 - 지난해 예비군 교육 영상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달 민방위 교육 중 외부 강사가 양성 평등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1년새 확 달라진 안보 교육 - 지난해 예비군 교육 영상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지난달 민방위 교육 중 외부 강사가 양성 평등에 대해 강연하는 모습.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실·독자 제공
북한 도발 관련 내용이 빠진 자리에는 곽재우·김천일 등 조선시대 의병 활동이 들어갔다.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최근 예비군 교육에서) 조선 의병 얘기가 나오는 게 어이없었다. 지금이 조선시댄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북한'이라고 썼다. 김모(24)씨는 최근 민방위 교육을 들으러 가서 여성 강사에게서 '양성 평등' 교육을 받았다. 담당자에게 "민방위와 양성 평등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더니 "교양 교육이라고 생각하라"는 답을 들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예비군 안보 강의 교안에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례가 없는 건 맞는다"며 "그러나 북한군의 위협과 국가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선 변함없이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예비군·민방위뿐 아니다. 현역 군인 교육에서도 북한에 대해 덜 적대적으로 가르치라는 지침이 세워졌다고 한다. 한 육군 중대장은 "현 정부가 들어선 후 군인 정신교육 때 북한에 대해 '주적'이 아니라 '대화 상대'라는 식으로 가르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낸 직후엔 일선 부대에 '평화, 새로운 시작'이란 제목의 정신교육용 교안이 내려왔다. 이 교안엔 '남과 북의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음으로써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시작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 육군 상병은 "교육 후 병사들은 '이럴 때일수록 화전양면술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데 이런 교육까지 하냐'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안보 교육은 학교에서도 홀대받고 있다. 재작년 보훈처는 매해 3월 넷째 금요일을 천안함·연평도 참사를 추모하는 '서해 수호의 날'로 지정하고, 지방보훈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관련 교육을 하라고 권장했다. 그러나 작년 이를 담당했던 보훈처 나라사랑교육과(課)가 폐지되면서 통일된 지침이 사라졌다. 본지 조사 결과, 올해 전국 시·도 지방교육청 17곳 중 서해 수호의 날 협조 공문을 일선 학교까지 하달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부산의 한 고교 교사는 "매년 부산지방교육청이 학교에 내려 보내던 '서해 수호의 날' 홍보 협조 공문이 올해는 안 왔다"며 "추모 현수막과 포스터도 올해는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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