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꼬집어 주세요, 대표팀 뽑히다니!

입력 2018.05.16 03:01

[러시아월드컵 D-29] [6] 스웨덴 유학파 문선민

5년간 스웨덴 리그서 활약
'스웨덴 저격수'로 전격 발탁, 친구 전화받고 대표된 줄 알아
"덩치 큰 스웨덴팀 깨려면 빠른 움직임으로 공간 확보해야…
맛있는 대표팀 밥 오래먹고 싶어"

A매치 기록은 없다. 대표 경력이라곤 17세 이하 팀 시절 친선 경기 세 번이 전부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을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4일 반전이 일어났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대표 명단 28명의 일원으로 문선민을 호명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문선민 자신이었다.

"정말 몰랐어요. 전날 상주 원정 다녀와서 자고 있는데, 친구 전화를 받고 깼습니다. 다짜고짜 축하한다기에 '무슨 소리야'라고 했죠." 그는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서도 믿지 않았다고 했다. "한참 동안 꿈이 덜 깼나 했어요. 1%도 생각 못 했는데…. 월드컵 기간에 아내와 해외여행을 가기로 한 계획도 급하게 취소했습니다."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만난 문선민은 사진 촬영을 위해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을 건네자 "이거, 제가 입어도 될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가 이번 대표팀에 전격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누구보다 스웨덴을 잘 아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스웨덴과 조별리그 1차전(6월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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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아든 문선민(인천)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하고 싶은 세리머니를 묻자 잔디 위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그는 “나의 장점을 잘 살려 러시아행 비행기를 꼭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문선민은 2012년 스웨덴 외스테르순드(당시 3부)에서 프로에 데뷔해 2015년 스웨덴 명문 유르고르덴으로 이적했다. 5년 동안 스웨덴 무대를 누볐다.

낯선 북유럽 땅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데는 사연이 있다. 고3 시절 K리그 드래프트(지금은 폐지) 시기를 놓쳤고, 해외 클럽 입단 테스트는 모조리 떨어졌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이키 축구 오디션에 도전해 극적으로 합격했다. 전 세계 7만5000명 중 8명을 뽑아 훈련시키는 이벤트에 최종 합류한 것이다. 영국에서 교육을 받다 스카우트 눈에 들어 스웨덴 리그로 갔다. 그는 '전문가'답게 스웨덴 축구의 장단점을 술술 풀어내면서 "체격 좋은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빈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키 172㎝인 문선민도 스웨덴 생활 초반엔 덩치 좋은 선수들에게 밀려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유의 민첩함을 살려 키 큰 선수들 사이로 빠져 들어가는 움직임을 익히며 공격 포인트를 내기 시작했다. 스웨덴 리그에서 통산 12골 1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스웨덴 대표팀의 스타일도 비슷합니다. 선수 대부분 체격이 크다 보니 상대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놓칠 때가 있어요. 그 점을 공략해야 합니다."

신태용 감독은 "문선민이 스피드도 있고 저돌성을 갖춰 스웨덴전에 잘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문선민은 6골로 올 시즌 K리그에서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문선민도 스웨덴전을 벼르고 있다. "사실 스웨덴에서 고생 많이 했거든요. 저다운 경기를 한 적이 많이 없습니다. 이번에 출전하게 되면 스웨덴 친구들에게 '진짜 문선민'을 보여주고 싶어요." 문선민에게 1차 관문은 23명 최종 엔트리에 드는 것이다.

그는 대표팀에 관한 얘기라면 어떤 것이든 눈을 반짝거렸다. 1992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손흥민과의 재회도 기대하고 있다. 2009년 17세 이하 대표팀 소집 땐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문선민은 "어렸을 때 같이 카페에 가고 축구 게임도 하던 사이였는데 안 보다 보니 멀어졌다"며 "옛 인연을 떠올려 다시 빨리 친해지겠다"고 했다.

21일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각오를 묻자 그는 밥 얘기를 꺼냈다. "국가대표팀 밥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대표팀 밥을 맛있게 먹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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