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참을 忍 세 번

조선일보
  • 박지원·'아이돌을 인문하다' 저자
    입력 2018.05.16 03:01

    박지원·'아이돌을 인문하다' 저자
    박지원·'아이돌을 인문하다' 저자
    "참을 인(忍) 세 번이면 호구 된다." 개그맨 박명수가 남긴 어록 중 하나다. 수많은 이가 이 말에 열렬히 환호했다. 애초부터 그는 참지 않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호통 캐릭터'의 대표 주자. 1인자에게 밀려 괄시받고, 2인자가 되기에도 영 하찮지만, 늘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악담과 독설을 퍼붓는 캐릭터다.

    직장 상사, 클라이언트, 업무 관계자 등 온종일 자신을 둘러싼 빼곡한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껏 화 한 번 내지 못하는 우리들. 변비에 걸린 듯 "넵, 넵"을 연발하며 억지 미소를 지어야 하는 고단한 밥벌이 속에서, 우리가 언제 한 번이나 제대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나? 박명수의 '찌질한 호통'에서 통쾌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 건 이 때문이다.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언제나 자기를 억누르고 꾹꾹 참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박명수의 말처럼, 그러다간 타인에게 호구 잡히기 십상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려는 우리네 욕망은 정당하고, 또 건강하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드 라 로슈푸코가 남긴 잠언은 진실에 가깝다. "화를 내지 않는 관대함은 사실 허영심과 태만함과 공포심에서 온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 대한 관용과 너그러움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니다. 아이오와 주립대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화를 참고 견디는 훈련을 한 집단과, 화를 내도록 권고받은 집단 사이의 분노 표현을 비교했더니, 후자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화를 내는 경향을 띠었다고 한다. '화를 내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굳어지고, 결국 자신의 화를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박명수의 호통이 주는 쾌감은 하찮은 캐릭터로 TV에 등장하는 그가 여느 생활인들의 억눌린 애환을 대변해주고 대신 분노해줬다는 데서 비롯된다. 반면 국적기 일가의 저 참담한 행태는 '참을 인'을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불행'에서 싹튼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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