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90]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순간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8.05.16 03:1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정치인 트위터를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공식화되고, 가짜 설문조사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딥러닝 기술을 통해 유명 여배우의 얼굴이 포르노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의 표정을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놓을 수 있다. 가짜 뉴스와 가짜 데이터가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거짓과 참을 구별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존재하는가? 19세기 말 수학자들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왜 하필 수학일까?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수학적 명제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실이라고 알려져 왔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의 공리 체계를 통해 모든 기하학적 진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19세기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수학자 로바체프스키는 비(非)유클리드적 기하학을 발견했고, 독일 수학자 칸토르는 고전 수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합과 무한수를 제시한다. 결국 당시 수학의 대가 다비트 힐베르트는 숙제를 던진다. 논리적으로 완전한 시스템을 만들어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힐베르트의 꿈은 산산조각 난다. 오스트리아 수학자 괴델은 1931년 '불완전성 정리'를 통해 완벽한 수학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양자역학은 우주의 원리를 완벽한 팩트가 아닌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확률을 통해 설명한다. 그렇다면 결국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무엇인가? 논리학자 알프레드 타르스키는 포기하는 듯 제안한다. 진실인 것만 진실이라고.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잇는 본질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변치 않는 목표가 아닌 그것을 찾아가는 절차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절차는 노력을 요구한다. 우리가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거짓과 페이크가 진실을 이기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