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 담당 검사들이 15일 오후 보도 자료를 내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개입으로 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일시 보류됐다고 주장했다. 문 총장이 애초 수사 진행 상황도 보고받지 않겠으며 수사의 전권(全權)을 수사단에 일임하겠다고 해놓고서 권 의원 수사 내용 보고를 요구했으며 검찰 간부들을 기소하는 문제에도 개입해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안미현 검사도 같은 날 "문 총장이 지난해 12월 권 의원을 조사하겠다는 지검장을 호되게 질책했다"며 문 총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지난 2월 방송에 출연해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검사다. 문 총장은 안 검사 회견 직후 질책한 것은 맞지만 수사 내용을 보완하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과거에도 검찰 지휘부와 검사들 의견이 엇갈려 그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총장의 지휘권 행사를 문제 삼아 검사들이 보도 자료나 기자회견으로 총장을 공개 비난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 더구나 권 의원에 대한 영장은 결국 청구하기로 했다는 것이고 검찰 간부들 기소 문제는 심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기들 뜻이 상당 부분 관철됐는데도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문 총장은 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인데 무엇 하려고 야당 의원 편을 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받던 검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적폐 청산'을 주도하는 쪽과 그러지 않는 쪽의 갈등이 작지 않다고 한다. 검사들이 보도 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총장을 공격하는 것도 뿌리가 거기에 있다면 정치판이나 다를 게 없다. 만약 권 의원이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해도 이 검사들이 총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반발했을지 의문이 든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드루킹 등 여당에 대한 수사는 쇼처럼 하고 야당에 대한 수사는 검찰총장을 대놓고 공격할 정도로 열성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