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지휘권 행사 당연" vs. "총장 야당 눈치 봤다"

입력 2018.05.15 19:04 | 수정 2018.05.16 02:42

수사 검사들 ‘외압’ 폭로… 벼랑 끝에 몰린 문무일 총장
檢 내부 “수사지휘권 행사가 외압? 수사는 공정한가?”
“우군 없는 검찰, 수사권 조정 막으려 야당 눈치보나”

“검찰총장 흔들기다”,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 vs. “(총장이) 수사권 조정 등을 의식해 야당 눈치를 본 거 아니냐”

일선 검사들이 ‘수사 지휘’의 적절성을 놓고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나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당연히 술렁이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조선DB
◇현직 검사들 “검찰총장 외압 행사” 잇단 폭로
안미현(39·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15일 오전 10시쯤 기자회견을 자청해 “작년 12월 문 총장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소환하려는 춘천지검장을 질책했다”면서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안 검사는 지난 2월 초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과 모 고검장 등을 지목하며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안 검사의 주장에 대해 문 총장은 이날 “(강원랜드 수사와 관련해 춘천지검장을) 질책한 적이 있다"면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고, 이견을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수사 방향에 대한 견해 차이였을 뿐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안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꾸려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입장 자료를 내고 문 총장을 향해 2차 직격탄을 날렸다. 수사단은 “문 총장이 당초 공언했던 것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직속상관이었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지만, 오히려 수사를 할 때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했었다.

이에 대해 검찰 안팎에선 “검찰총장 흔들기다”, “정치적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말이 나온다. 물론 “(총장이) 수사권 조정 등을 의식해 야당 눈치를 보는 것이냐”, “저 정도면 부당한 수사 개입”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픽=김란희
◇2년 동안 수사만 세번째… “나올 때까지 하라는건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은 이번이 세 번째 수사다. 강원랜드는 자체 감사를 거쳐 지난 2016년 초 최흥집 전 사장 등에 대해 춘천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춘천지검(당시 지검장 최종원)은 1년2개월 동안 수사한 끝에 344명이 청탁한 것으로 파악했으나, '청탁자'는 제외하고 최 전 사장과 인사팀장만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기업 채용비리’가 곳곳에서 터지자 검찰은 2017년 9월 강원랜드에 대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이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했기 때문이다. 춘천지검(지검장 이영주)은 권 의원과 염 의원이 개입한 의혹을 집중 수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 야당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정말 샅샅이 뒤졌다”고 했다.

두번째 수사는 올 초 검찰 내부 인사와 함께 다시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안 검사가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지시했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차 불이 붙었다.

문 총장은 안 검사가 의혹을 제기한 직후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을 꾸리도록 하고 단장에 양부남(57·22기) 광주지검장을 기용했다. 수사단은 대검 반부패부와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하는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지난달 11일 염동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달 27일 권성동 의원도 소환해 조사했다. 권 의원에 대한 신병처리만 남겨둔 상황으로, 수사는 막바지에 이른 상태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지난 3월 8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검찰 내부 파열음… 총장 흔들기냐, 수사 외압이냐
15일 안 검사와 수사단의 ‘문 총장 수사 외압’ 폭로와 함께 검찰 내부에는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통신망에는 이날 오후 한 부장검사가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부장검사는 “총장과 수사팀간 이견이 있으면 총장의 이견은 외압인 것인지에 대해 안 검사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못한다”면서 “총장이 이견을 가지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들어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총장의 존재, 권한 자체를 몰각(沒覺)한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총장이 공언한 바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수사단의 결론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이라면 총장의 공언보다 공정한 수사와 결론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수사 대상이 야당의원들인데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는 소문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간부는 “여론에 떠밀려 한 사건을 세 번씩이나 수사하고 있는데 총장으로서 수사의 공정성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누가봐도 ‘총장 흔들기’로 보인다”고 했다. 재경 지검 한 부장검사는 “이 정도면 대놓고 총장을 나가라고 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결국 검찰 내분을 통해 검찰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수사가 '무리한 수사'라는 이야기는 벌써부터 나왔다. 최근엔 수사단에 파견된 한 검사가 상부의 수사 지시가 부당하며 반발해 원 소속청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봐주기 수사라고 뭐라고 하더니, 이제는 무조건 구속시키라고 몰아세우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 눈치만 보고있는 검찰이 한심할 뿐”이라고 했다.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 내부 전경/조선DB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이날 내부 통신망에서 “검찰권, 지휘권의 범위와 한계, 지휘권의 남용과 책임, 이런 저런 생각이 복잡한 하루”라면서 “직을 건 한 검사의 사투와 수사단의 고군분투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찰이 수사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야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경찰로 넘기겠다는 의지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야당이 이를 막아주도록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소환된 권성동 의원은 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은 우군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검찰의 힘을 빼려고 하고, 여당도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검찰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 야당이기 때문에 총장이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에 신중을 기하다가 내부 반발을 산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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