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로 번진 예루살렘 美 대사관 이전…58명 사망·2700명 부상

입력 2018.05.15 15:31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스라엘군의 무력 진압으로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현지 언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실탄 사격으로 58명이 숨지고 277 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집중적으로 폭격한 이래 최다 사상자 수다.

2018년 5월 14일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 현장에서 한 부상자가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 / 연합뉴스
◇ 가자지구서 4만명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군 충돌

이날 시위는 이스라엘군 추정 4만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을 따라 돌과 폭발물 던지고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장벽을 부수려고 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병력을 2배로 늘리고 최루탄과 실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든 국가는 자신들의 국경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무력사용을 정당화했다. 이스라엘군은 시위대가 전례 없는 폭력을 사용했으며 무장한 테러범들이 분리 장벽에 폭발물을 설치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사태를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대학살”이라고 맹비난하며 3일 간의 애도 기간과 총파업을 선언했다.

◇ 이스라엘 무력 대응에 국제사회 거센 비난…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유엔 안보리는 15일 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하겠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앞서 팔레스타인과 쿠웨이트는 안보리의 긴급 소집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에 무력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는 폭력 행위를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실탄을 사용한 진압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생명은 존중받아야 할 권리다.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유혈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 / HRW 홈페이지
중동지역 국가들도 이스라엘의 무력 대응을 비난했다. 이집트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집트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행진에 대한 무력 사용을 거부한다”며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전면적으로 확대될 위험이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시위자들을 죽이는 건 더 많은 폭력만 낳을 범죄”라고 규탄했다.

터키는 이날 시위 중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3일 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이스라엘과 미국 주재 자국 대사들을 송환했다. 특히 베키르 보즈닥 터키 부총리는 이스라엘의 무력 대응을 “학살”로 규정하고 미국에도 책임을 물었다. 보즈닥 부총리는 “미국 정부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바람에 평화의 기회가 사라졌다”며 “역내에 더 많은 인명 피해와 부상, 파괴와 재난을 일으킬 불씨를 제공했다”고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항의의 표시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남아공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남아프리카는 최근 발생한 살인적인 공격에 동요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다른 일원들과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유엔의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독일은 이스라엘의 자국을 지킬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정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5월 1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 이전식에 (왼쪽부터)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 두둔하고 나선 미국

반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거들고 나섰다.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이스라엘군을 두둔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팔레스타인 유혈사태의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려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14일 안보리는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진데 대해 ‘분노와 슬픔’을 표하며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는” 성명안을 추진했다.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미 대사관 이전 개관식에 참석해 이전을 축하했다.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에서 약 1000명의 경찰의 경비 속에 치러진 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등 800여명이 참석했다. 이스라엘 쪽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전·현직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개관식은 ‘평화의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길이 남을 평화 협정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쿠슈너 보좌관은 연설에서 “평화가 지척에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평화를 위한 훌륭한 날”이라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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