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여의도 공원 2배 크기(약 50만4000㎡)의 서울식물원이 개원한다. 어린이대공원(56만㎡)과 맞먹는 규모다. 서울시는 3000여 종의 식물을 갖춘 세계적 수준의 식물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뉴욕의 브루클린 식물원, 런던의 큐왕립식물원처럼 서울에도 도심 속 녹색 명소가 생기는 것이다.
서울식물원은 숲과 호수, 습지와 정원이 어우러진다. 크게 식물원, 호수공원, 습지생태원, 열린숲공원으로 나뉜다. 자생종, 약초식물, 미래자원식물 등 3000여 종을 전시하고 2028년까지 8000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항철도와 9호선 지하철역과 지하 연결로를 만들고, 한강으로 연결되는 자전거길, 차량 동선까지 확보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식물원을 한 바퀴 돌면 한국의 정원 문화와 세계 도시의 식물 문화를 여행할 수 있다. 8만㎡의 주제정원은 한반도의 다양한 식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생 식물을 전시한 '물의 정원'부터 화려한 현대 정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오늘의 정원', 민화에 그려진 들꽃으로 한국의 전통 정원을 보여주는 '옛 정원' 등 20개의 정원이 조성된다. '휴식과 치유의 정원'에선 약용식물 정원과 향기 정원, '한국의 숲' 정원에선 이끼와 고사리, 야생화와 고산 식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식물의 세포 모양을 형상화한 온실은 서울식물원의 랜드마크다. 샌프란시스코·로마·아테네·하노이 등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 문화를 여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위도와 경도를 따라서 6대륙을 여행할 수 있는 도시들로 선정했다. 지중해 기후와 열대 기후로 나눠 도시별로 식생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식주에 영향을 주었던 식물들의 역사까지 둘러볼 수 있다.
서울식물원은 시민의 환경·가드닝 교육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식물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건강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가드닝문화체험원에서는 어린이정원과 문화학교가 있어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정원 가꾸기 교육을 받고 체험할 수 있다.
서울식물원은 '식물'과 '물'을 주제로 조성된다. 우선, 4만7000㎡의 호수를 품고 있다. 호수 위에는 길이 90m의 횡단보행교를 놓아 걸어서 호수를 건널 수 있다. 주변에는 산책하며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수변가로와 물가쉼터 등을 조성한다.
습지생태원 속에는 저류지도 있다. 저류지 주변으로 소나무, 참나무 등 육상 생태를 회복해 생태숲을 조성하고 버드나무와 갈대, 억새 등 수상 생태를 되살려 야생 동식물의 서식처를 조성한다. 시민들은 한강과 연결되는 보행교와 나들목을 이용해 저류지 수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자연경관을 경험해볼 수 있다. 조류 등 야생 동식물의 서식 공간을 이용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식물원은 물의 순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공원으로 특화한다.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나오는 재생수와 지하수, 빗물 등이 공원 내 호수와 저류지를 거쳐 한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물 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서울시는 "공원 내부의 습지와 복합 저류지가 활성화되면 공원 자체가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이뤄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식물원은 자연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조성됐다. 서울시는 건립 발표 당시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이 양천 현감 시절 그린 옛 양천 지역의 풍광을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식물원이 조성되는 강서구 마곡동·가양동 일대는 모두 옛 양천 고을에 속했다. 양천(陽川)은 "밝은 태양과 냇물이 아름답다"는 뜻이 있다.
시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로 서울식물원을 키울 계획이다. 접근성도 좋다. 진입 광장은 지하철역 9호선 마곡나루역과 인천공항철도 등과 바로 연결된다. LG아트센터와 지하철역을 연계해 숲 광장을 조성해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시는 "인근의 궁산과 방화근린공원, 개화산, 우장산 등 주변 녹지와도 자연스럽게 연결할 계획"이라면서 "서울식물원은 서남권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