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선물 기준' 궁금증 폭증하는데... 권익위는 5일째 침묵

입력 2018.05.15 14:18

‘스승의날’을 맞아 ‘선생님에 이런 선물을 하고 싶은데 청탁금지법에 위배되는냐’는 질문이 국민권익위원회 게시판에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고, 지난 10일 이후에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당초 ‘카네이션 선물은 학생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그 외엔 어떠한 선물, 심지어 손편지도 안된다’는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9일 학생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이 청탁금지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조선일보DB
15일 권익위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스승의날 선물과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묻는 질문이 100여건 올라왔다. 올라온 질문들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모씨는 ‘체육대회 반 티셔츠’라는 게시글에서 “중학교입니다. 체육대회 때 입을 반 티셔츠를 주문하는데 선생님께 같은 티셔츠를 드려도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교생선생님 두 분 포함해서 세 분인데 가격은 각 8000원 총 2만4000원입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한 뒤, “선생님께 각 8000원씩 받아야 되느냐, 8000원보다 적게 받아도 되느냐, 담임 선생님은 (비용을)받는 대신 오늘부터 온 교생선생님은 돈을 받지 않고 드려도 되느냐”고 질문했다.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고 올린 글이지만, 권익위의 답변은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상시 지도 업무를 수행하는 선생님과 학생 또는 학부모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직무관련성의 밀접성 정도를 고려할 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학생 또는 학부모가 상시 지도 업무를 수행하는 선생님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상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사안의 경우 금품 등을 제공받는 자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 또는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공되는 금품 등은 청탁금지법 규율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였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뚜렷이 알기 힘든 답변이었다.

박모씨는 “스승의날 전공 교수님께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싶은데, 현재 수업을 듣는 중이라 청탁금지법이 문제가 될 것 같아 질문드린다. 보내는 이를 적지 않고 3~4만원짜리 꽃을 교수님 연구실 앞에 두어도 법에 저촉되느냐”고 질문했다.

권익위는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상시 지도·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고, 직무관련성의 밀접성 정도를 고려할 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학생이 상시 지도·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선생님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상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다만, 학생대표 등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에게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카네이션, 꽃은 수수 시기와 장소, 수수 경위, 금품 등의 내용이나 가액 등에 비추어 법 제8조 제3항 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남겼다. ‘익명으로 보내는 선물’이라는 질문 요지에 대한 답은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청탁금지법 게시판. 10일 이후로 올라온 스승의날 관련 질문에 답이 달리지 않았다. /홈페이지 캡쳐
권익위는 지난 10일 이후에는 아예 청탁금지법 문의 게시판에 답을 달지 않았다.

10일 이후에도 ‘스승의 날 한지로 만든 카네이션을 드리려고 하는데 이건 청탁금지법에 위배되는 사항인지 몰라 문의 남깁니다’, ‘도화지에 그리고 색종이 오려서 꽃을 만들어 붙인 편지도 안 되나요?’ 등의 질문이 올라왔지만 권익위는 답하지 않았다.

장모씨는 ‘스승의 날 학생대표들을 대표해 질문을 합니다’라는 글에서 ‘재학생들이 작성한 롤링페이퍼를 선물해도 무방하나?’, ‘학생대표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리면 된다고 할 때, 공개적인 장소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사정상 몇몇 교수님들께는 강의실이 아닌 교수 연구실로 찾아가서 선물을 전달해 드려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교수 연구실이 ‘공개적인 장소’로 해석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15일 오전엔 스승의날 노래와 관련한 질문까지 올라왔다. 김모씨는 “학생회, 학급임원 등 학교의 대표가 아닌 특정학생들(노래를 잘하여 음악교사로부터 선정된 자)몇 명이 교무실을 돌며(공개적으로 강당에서 공연할 정도의 노래가 아닌 1-2분 내외의 짧은 노래로 이벤트성을 지님)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스승의날 선물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전화 문의가 많아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게시글 문의 답변이 지연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답변을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 당일까지 권익위가 침묵하면서 교육 현장에선 논란이 될 수 있는 일체 행위에 대해서 ‘일단 하지말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스승의날 아예 휴교를 하는 학교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승의날을 아예 폐지하자’는 현직 교사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을 올린 교사는 “스승의날만 되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보면 굳이 특정 직업만 차별적으로 기념일을 정해서 운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며 “그저 그 하루가 고통스럽지 않게 스승의날을 폐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꽃 선물은 이해한다고 해도 손편지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다”며 “스승의날이 부담스러운 걸 넘어 되려 수치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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