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원의 창작의 순간13] 꿈과 환상을 찍는 사진가 무궁화소녀

입력 2018.05.15 14:05 | 수정 2018.05.15 19:56

화관을 쓴 볼이 빨간 소녀가 놀란 듯 카메라를 응시한다. 꽃밭에서 맨발로 노는 앨리스는 토끼를 쫓기도 한다. 파스텔로 그린 동화책 삽화처럼 빨강과 분홍, 연초록이 뒤섞인 프레임 안에 눈길이 고정된다.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무궁화소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박수연(26)이 사진을 올릴 때마다 10만 7천명의 팔로워들은 열광한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지 2년도 안됐지만 벌써 가수 가인, 다비치, 백아연, 유승우와 윤아의 앨범 커버와 프로필 사진들을 찍었다. 책을 내거나 전시회를 연적도 없고 오직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에 친구들 찍은 사진을 취미로 올리다가 유명해졌다.


니콘 FM2나 야시카, 올림푸스 같은 35미리 구형 필름 카메라에 아그파 필름으로 찍는 그녀는 사진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렌즈를 돌려 조리개를 조였다 여는 것도 남대문 중고카메라 파는 상인들에게 배웠다. 필름 현상도 여섯 롤 정도 망치면서 데이터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빛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는 게 흥미롭다. 지나치게 선명한 디지털사진 보다 필름은 빛에 따라 공기까지도 바뀌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섬세하고 질감도 잘 느껴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 ‘텅’하는 울림도 짜릿하다. 과정이 복잡해도 감수할 만큼 필름 사진의 매력이 있다”


무궁화소녀가 찍은 가수 가인
무궁화소녀는 예쁜 것들에 관심이 없다 했다. 잡초, 낡은 집, 엉망으로 놓인 것들에게 정이 가고 그런 것들이 외려 새롭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언젠가 남들이 다니지 않는 시골 길에서 낯선 느낌을 받고 ‘이걸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싶어 시도한 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자신감이 생겼다.

무궁화소녀라는 이름은 무궁화라는 꽃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고, ‘일편단심’이나 ‘끈기’ 같은 꽃말처럼 살고 싶어서 지었다. 사람들의 상처를 듣고 사진을 찍을 때 사진으로 사람을 치유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심혈을 기울여서 바라봐주고 아름답게 담아줄 거라는 마음을 갖고 노력하면 좋은 나왔다. 대체로 사진 속 인물들에게 ‘당신은 특별하다’는 것을 계속 알려준다.


사진/ 무궁화소녀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한지 2년 밖에 안 되었지만 일주일에 두 명 이상 의뢰를 받아 촬영한다. 보통 하루를 비워놓는다. 우선 어떻게 찍을 건지 파워포인트로 그려 준비한다. 대학에선 에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사진가의 고민은 이제껏 혜택을 봐왔던 소셜미디어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사진만 계속 찍어야 할지, 화려하지 않은 사진보다 화려한 사진들에 하트가 더 많이 나오는 인스타그램의 현실이 고민이라 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Q. 사전에 모델과 어떻게 교감하고, 어떤 이미지를 예상하고 준비하나?
- 살면서 가졌던 꿈이나 이상에 대해 묻는다. 꿈꿔왔던 자신의 모습을 글, 그림, 음악, 제한 없이 다양한 종류를 받아보고 그들의 생각을 나만의 해석으로 사진 이미지로 표현한다

Q.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 색감과 분위기, 피사체가 완전해 보이는 각도, 그리고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보았을 때 나의 느낌을 담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말로 더 설명하기가 어렵다.

Q.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 찍어낸 사진에 만족하려고 스스로를 한계로 내모는 예민한 부분이 있다. 그 때문에 결과는 부드럽게 넘어가는 편이어도 만족스럽지 못할 땐 깊이 슬퍼하고 크게 반성한다. 반성을 토대로 늘 연마하려 한다.


사진/ 무궁화소녀
Q.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 조금 외로웠지만 모르는 것은 인터넷에 검색하고, 남대문시장 카메라 상인들에게 여쭈어보고, 조명은 스튜디오 사장님께도 여쭈어보았습니다. 모든 처음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천천히 어려운 것도 즐겁게 배웠습니다.

Q. 누구를 찍고 싶나? 인물 아닌 다른 피사체는?
- 내가 하나 더 만들어져서 나를 찍어보고 싶다. 불가능하겠지만 가끔 타이머로 나 자신을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만나게 될 나의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주 찍고 싶다. 그들은 연출이 아니어도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도 사진이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Q. 가장 촬영하기가 어려운 인물은?
- 사실 모든 인물들이 어렵다. 그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내면까지 보려면 마음을 느끼고 직감을 느껴내야 한다. 나는 피사체가 행복해하는 사진을 찍고 싶다. 그래서 늘 어렵다.

사진/ 무궁화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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