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남성이 피해자인 '홍대누드몰카'수사, 빨랐던 진짜 이유

입력 2018.05.15 14:01 | 수정 2018.05.15 17:06

‘홍대 몰카’는 性편파수사?
일부 “피해자가 남자라 수사 빨랐다”
경찰청 몰카범죄 통계보니
‘몰카’ 구속률 ‘남성 가해자’ 3배 높아
“성별 아니라 언론주목도가 관건”

“몰카 피해자가 남자라서 수사속도가 이리 빠른가?”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사건’ 피의자가 범행 12일 만에 구속되자 때아닌 편파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제기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는 게시 글은 33만6400여명이 동의했다. 15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경찰청 통계를 바탕으로 가해자 성별에 따라 편파수사가 이뤄지는지 확인했다.

◇ 남자 구속률이 여성보다 3배 높아
경찰청 ‘불법촬영(몰카)’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검거된 남성 몰카 피의자 2만924명이다. 이 중 구속된 인원은 538명. 구속비율은 전체 남성 피의자의 2.6%다. 같은 기간 여성 몰카 피의자는 총 523명으로 이 중 4명만 구속됐다. 전체 여성 피의자의 0.8% 수준이다. 남성 피의자 구속률이 여성 피의자보다 약 3배 높은 것이다.

구속률은 여성 가해자보다 남성 가해자가 3배가량 높았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검거된 남성 피의자 2만924명 중 구속된 인원은 총 538명으로 2.6% 수준이고 여성 피의자 523명 중 4명이 구속돼 0.8%를 기록했다
피해자가 남성이면 더 빨리 잡아낼까.
경찰청은 몰카범죄 범행시점부터 구속까지의 기간을 통계로 따로 잡지는 않는다. 다만 구속까지 12일이 걸린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보다 더 신속히 마무리 지은 사건도 많다고 한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인 경우다.

실제 지난달 18일 OO생명 여직원 탈의실에 휴대전화를 몰래 놓아둔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2)씨는 이틀 만에 긴급 체포됐다. 고소 시점(4월 19일) 기준으로는 하루 만에 붙잡았다.

2015년 발생한 ‘워터파크 몰카사건’은 피의자가 남성, 여성이 뒤섞여 있었다. 여성 피의자가 워터파크 탈의실 등을 촬영했고, 남성 피의자가 이를 성인사이트에 게재한 것이다. 진정서 접수일 기준으로 9일 만에 여성 피의자가 먼저 잡혔고, 이틀 뒤에 남성 피의자도 검거됐다. 두 사람은 같은 날(9월 4일) 구속됐다.

경찰청은 “성별과 상관없이 △촬영물을 영리목적으로 온라인에 유포 △중요 신체부위 반복 촬영 △공공장소서 중요 신체부위를 촬영·유포한 경우 구속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초범(初犯)이어도 수사에 비협조적이거나 증거인멸 시도가 있을 경우 구속할 수 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 여성 피의자가 그런 경우다. 그는 몰카에 쓰인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렸고, 몰카 사진이 게재된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의 접속 기록을 지우려고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12일 만에 사건이 해결된 배경은 뭘까. 경찰은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건이 화제가 되면, 경찰도 사람인지라 압박감이 듭니다. 특히 언론에서 관련 보도가 계속해서 나오면 ‘윗분들’이 관심 갖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게 아니라, 언론에서 계속 써대니 빨리 잡힌 거로 봐야 합니다. 피해자가 만약 여성이었어도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건이라면 신속하게 검거됐을 겁니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관 얘기다.

◇‘몰카범’ 97.5%가 남성, 피해자는 80%가 여성
몰카는 남성 피의자 비율이 압도적이다. 최근 6년간(2012~2017년) 검거된 몰카 범죄자(2만1447명) 가운데 남성 비율은 97.5%(2만924명)에 달한다. 여성 비율은 2.4%(523명)에 불과하다.

반대로 몰카 피해자 10명 가운데 8명이 여성이다. 최근 7년간(2012~2018년 5월 13일 현재) 몰카 범죄 피해자 총 3만4416명 중 여성 피해자는 2만9194명(84.8%)이다. 남성은 876명(2.5%). 나머지는 영상 화질 문제 등으로, 성별 구분 안 되는 피해자의 경우(4346명·12.6%)다. 다만 전체 피해신고 건수 기준으로는 피해자의 남녀구분이 어렵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피해자 몰카 피해자 10명 가운데 8명이 여성이다.
몰카 범죄를 저지르면 94.6% 확률로 붙잡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검거율은 94.6%, 음란물 유포 범죄 검거율은 85.6%에 달한다.
◇여성이 피해자 되면, 경찰이 대충 수사한다?
하지만 일부 여성 몰카 피해자들은 “경찰에 수사요청 했더니 잡기 힘들다며 돌려보내더라”며 “이것이 바로 편파수사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해외사이트에 몰카 영상이 올라온 경우, 역추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피해자에게 알려 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설명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의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소라넷’ ‘텀블러’인데 이들은 모두 서버가 해외에 기반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 “구글·유튜브·페이스북 등은 성폭력 몰카 수위까지 올라가야 협조해주고, 텀블러의 경우는 성폭행 몰카도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사이트에 몰카 영상이 게재된 경우, 모욕 수준이면 검거가 어렵고 검거 하더라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피해자를)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몰카 유포자들도 이를 이용해 해외 사이트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실제 몰카 유포자 검거율(85.6%)이 몰카 촬영자 검거율(94.6%)보다 다소 낮다. 이런 설명을 피해자들에게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여성 피해자 몰카 사건을 등한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해외사이트에 올라온 몰카는 역추적 수사가 어렵다. 텀블러 등 해외사이트가 경찰 수사 요청을 거절하면 정부는 몰카 검거·삭제에 난항을 겪는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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