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중국식 개방? 통제 쉬운 개성공단 모델 택할 것"

조선일보
  • 박수찬 기자
    입력 2018.05.15 03:00

    [6·12 美北정상회담]

    태영호 前 북한 공사,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 출간기념 회견

    "5만 北근로자 한국 기업서 일해도 자유이동 금지돼 黨의 감시 편해"
    "김정은 어릴때 주변에 소개되는 것 장성택이 막자 원한 품어 숙청
    김정철, 클랩튼 공연 보러왔을 때 새벽1시 대사관에 바지세탁 요구"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는 14일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조치에 대해 "김정은의 목표는 현존 핵무기 보존"이라며 "이를 위해 과거를 내놓는 방식으로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일주일 전 당 간부들 앞에서 핵무기를 '강력한 보검'이자 '확고한 담보'라고 이야기했다"며 "핵무기를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에 염증을 느껴 2016년 7월 한국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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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완전 비핵화라는 기적 일어나지 않을 것"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미·북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초청 강연에서 김정은 체제와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강호 기자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태 전 공사는 "북핵 포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직후 중국 선양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을 비밀리에 만난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에 한반도 비핵화 개념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했다. 당시 리 부장이 "북한이 핵실험을 해 김일성의 한반도 비핵화 유훈을 어겼다"고 따지자 강 부상은 "중국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개념도 모른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한반도에서 미국 핵무기 철수 ▲한미 군사 훈련 중단 ▲미국의 핵 불사용 담보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비핵화에 함께 노력한다고 한 것도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미군의 자산이 단 1분, 1초도 한반도에 와서는 안 된다는 것과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핵 불사용 담보를 받아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3층 서기실의 암호'
    태 전 공사는 이날 공개한 증언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정은에 대해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고 거칠다"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당 청사 3층 서기실은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한다. 태 전 공사도 2012년 김정은 체제가 시작됐을 때는 변화를 기대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2년 외무성 신년회를 외국처럼 '입식 연회'(스탠딩 파티)로 열라고 지시하고, 외국 사절들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말부터 '공포정치'가 시작됐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2012년 말 금수산기념궁전 리모델링 때 '광장에 흙을 3m 파고 그 흙을 구워 다시 깔라'는 지시를 어기고 1.5m만 판 국가산업미술지도부 국장이 김정은 명령으로 총살됐다고 밝혔다. 또 2015년 자라 양식공장 현지지도 때는 공장 지배인이 "전기·사료 부족으로 자라가 죽었다"고 하자 총살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부장을 숙청했다. 태 전 공사는 "이와 관련해 적어도 1만명을 수용소·탄광·지방으로 추방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제거한 이유에 대해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아이 때부터 고모부에 대해 뿌리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김정은 생모인 고용희를 싫어했고, 장성택·김경희(김정은의 고모) 부부가 김정은 생모인 고용희가 자식들을 주변에 소개하는 것을 막으면서 생긴 '원한'이란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책 소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중국·베트남식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하다"며 "개성공단 모델'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돈은 벌어도 자유로운 이동이 금지되고, 일자리를 얻으려 당(黨)의 통제·감시에 따르는 게 '개성공단 모델'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많은 사람이 개성공업지구의 5만명 북한 근로자가 한국 기업인들과 접촉하면서 외부 세계에 눈을 뜰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개성은 북한 전역에서 치안과 당의 질서가 잘 유지되는 도시였다"며 "김정은은 이런 모델을 북한에 확산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2015년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이 런던에서 가수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보러 왔을 때 3박4일을 수행했다. 김정철은 밤 11시에 이미 문 닫힌 음반 가게 문을 열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새벽 1시에 바지를 세탁해 달라고 요구해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철이 '이 바지는 내가 애용하는 바지다. 다른 바지는 싫다'고 했다"며 "여벌 바지도 없이 캐리어가 텅 비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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