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왕실 혼혈 신부 '메건효과'… 영국 흑인들에 희망을 쏘다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8.05.15 03:00

    19일 결혼식, 주례는 흑인 주교… 축하 공연 메인 연주자도 흑인
    메건은 관례 깨고 연설 예정
    흑인사회 "오바마 당선만큼 흥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켄싱턴궁에서 약혼을 발표하고 나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켄싱턴궁에서 약혼을 발표하고 나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AFP 연합뉴스
    영국이 오는 19일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을 앞두고 떠들썩하다. 이 커플의 잇단 '파격' 때문에 더 그렇다.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자는 왕위 계승 서열 6위다. 서열 2위인 장남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이 2011년 올렸던 결혼식에 비하면 그 규모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영국 전역이 이 결혼에 주목하는 건 신부 메건 때문이다. 미국 국적의 메건은 흑인 혼혈로 이미 결혼한 경험이 있으며, 배우와 사회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해 온 유명인이다.

    BBC는 영국 내 흑인 사회에선 '메건 효과(Meghan Effect)'라고 할 만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종차별을 겪어온 아프리카 출신 영국인들이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될 때와 비슷하다"며 흥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리와 메건 커플은 결혼식에서 이런 기대를 충실히 반영할 전망이다. 윈저성에서 열리는 혼배미사 설교(주례)는 영국 국교인 성공회 교회의 미국 최고 지도자인 마이클 커리 의장 주교가 맡는다. 커리는 성공회 사상 최초의 흑인 의장 주교로, 동성 커플의 교회 내 결혼을 허용한 진보적 인사다. 결혼식 축하 공연 연주도 영국의 19세 흑인 첼리스트인 카네메이슨이 맡는다. 메건이 직접 전화를 걸어 연주를 부탁했다고 한다.

    메건은 결혼식 때 왕실 관례를 깨고 마이크를 잡고 짧은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은 신랑에게 사랑을 약속하고 양가 부모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의 관심사인 빈곤층 지원과 여권(女權) 신장, 인종차별 개선 등에 대한 활동 계획을 암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언론들은 내놓고 있다. 메건은 2015년 유엔에서 양성 평등을 주제로 연설한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3일 발급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 허가증.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3일 발급한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 허가증. "법률에 따라 왕위 계승 서열 6위 이내의 사람은 결혼 전에 여왕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 "사랑하는 손자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을 공식 허락한다"고 적힌 허가증에 자필 서명(맨 위 오른쪽)을 했다. /BBC
    결혼으로 메건은 영국 시민권을 획득하고 '공작 부인(Duchess)' 작위를 부여받는다. 영국 언론들은 메건이 보수적인 영국 왕실의 전통에 철저히 따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다양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3일(현지 시각) 이들에게 '결혼 허가증'을 축복과 함께 내줬다. 영국에선 1772년부터 왕이 왕위 계승 서열 6위까지에 대해 결혼에 사전 동의를 해야 하는 관행이 있으며, 이는 법률로 확립됐다.

    해리-메건 커플은 결혼식에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 등 정치인은 일절 초청하지 않고, 일반 시민 1200명을 초청했다. 취재 기자도 단 한 명만 들이기로 했다. 윌리엄 왕세손 결혼 때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와 외국의 많은 왕족, 영연방의 총독·대사 등이 대거 초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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