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안에 떠는 3만 탈북자의 기막힌 심정

조선일보
입력 2018.05.15 03:18

민변이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의 2년 전 탈북과 관련, "국정원이 총선용으로 기획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 정부 국정원장 등을 어제 검찰에 고발했다. 민변은 2년 전에도 북한 종업원들이 자진해 한국에 온 것인지 가려보자며 이들을 법정(法廷)에 세우자고 했다. 지난주 종편 JTBC가 식당 종업원들의 탈북은 '지난 정부의 기획'이라는 취지로 보도하자, 통일부는 '종업원들이 북송(北送)을 요구하면 돌려보낼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런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는 "(2년 전) 집단 유인 납치 사건의 피해자들을 조국의 품에 당장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다.

전 정권 적폐 시리즈를 한 건 더 만들려 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목숨 걸고 한국으로 탈출한 3만여 명 탈북자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게 됐다. 어제 북한 대남 선전 매체는 "탈북자는 매장해 버려야 할 인간쓰레기"라며 "통일되면 제일 먼저 민족의 준엄한 심판대에 올라야 할 역적배"라고 주장했다. 20년 전 탈북해 정착한 한 시민은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어느 대학 수업 시간엔 강사가 탈북 학생이 듣고 있는데도 "통일되면 탈북자는 남북 두 총알에 맞아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정부 들어 '탈북자'와 '북한 인권'은 사실상 금기어가 됐다. 몇 달 전엔 미국 대통령이 탈북자를 만났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따로 탈북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탈북자'란 말을 하기도 했다. 그때도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탈북자들은 목숨 걸고 탈출했는데 어느 순간 그 북한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다고 느끼게 되면 그 심정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떤 탈북자는 직장에서 따돌림당하고,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당하기도 한다. 탈북자들의 안보 강의는 뚝 끊겼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한국에서도 입조심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북의 핵 폐기가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이 공포 없이 살 수 있기 위해서다. 3만 탈북민은 우리의 귀중한 국민이다. 정부가 하지 않으면 국민이라도 이들의 기막힌 심정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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