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유권자 목에 방울 달기'

입력 2018.05.15 03:14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홍준기 사회정책부 기자
얼마 전 트램(tram·노면 전차)과 BRT(간선 급행버스 체계)에 대한 기사를 쓰자 인터넷상에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트램은 전기로 달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BRT 역시 전기 버스를 투입한다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도로 위에 트램 전용 선로를 설치하거나 서울시 등에 있는 중앙 버스 전용 차로(車路)처럼 BRT 전용 차로를 만들면, 사실상 차로가 하나 줄어들게 돼 자동차 통행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불편'에서 트램과 BRT를 도입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도로 위 자동차 운행에 불편한 환경을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게 되니, 트램과 BRT는 친(親)환경적 교통수단이다.

이처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중교통 이용을 반(半)강제적으로 유도하는, 이른바 '국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도 필요하다. '의도된' 이런 정책이 없다면 미세 먼지는 물론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에 따른 문제가 조만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016년에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2060년에 한국 인구 100만명당 대기오염에 따른 조기 사망자가 OECD 국가 중 최다인 1109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정은 만만찮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하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국민의 자동차 이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달성하기 매우 힘든 과제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가 올해 초 잠시 도입했다 금방 포기한 '미세 먼지 악화 때 대중교통 무료' 같은 어정쩡한 대중교통 이용 장려 정책이 등장한다.

정작 더 필요한 것은 미세 먼지(PM2.5)가 심할 때 민간·공공 전체 차량(영업용 제외)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적용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미세 먼지의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같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발의된 이 법안은 아직도 해당 상임위(국회 환경노동위)에 계류 중이다.

런던시가 내년 4월부터 시행하는 '초저배출 구역(ultra low emission zone)' 같은 제도도 도입해볼 만하다. 이 제도는 노후 경유차, 대형차 등이 도심에 진입할 경우 교통 혼잡 부담금을 내게 하는 게 골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도심 진입 시 교통 혼잡 부담금을 내게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당장은 일부 국민이 불편해도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런 비(非)인기 정책에 누가 용기 있게 방울을 달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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