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도 흥겨웠다, 歌王과 오빠부대

조선일보
  • 윤수정 기자
    입력 2018.05.14 03:00

    조용필 50주년 전국 투어 시작… 빗속에서 관중 4만5000여명 열광
    창밖의 여자·바운스 등 25곡 불러 "앞으로 50년은 더 기억되고파"

    "해주고 싶었던, 꼭 전하고 싶었던 그말, 땡스 투 유!"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50주년 기념 전국 투어의 첫 공연 무대에서 가왕(歌王) 조용필(68)이 새 오프닝곡 '땡스 투 유'를 불렀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은 물론 새 앨범에 대한 힌트가 담긴 세련된 EDM 편곡에 환호성이 터졌다. 분명 공연 전 인터뷰에서는 "나이 드니 힘이 떨어진다" 했었는데, 노래 한 소절마다 힘이 넘친다. 카랑카랑한 탁성과 배 속 깊이부터 한 음 한 음 찍어 올리는 듯한 음압도 여전했다. 화려한 불꽃과 함께 오후 8시쯤 등장한 가왕은 공연 내내 신이 난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니며 "저 건강하죠?" 하며 웃어 보였다. '아, 속았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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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50주년 기념 공연, 가왕(歌王) 조용필의 노래와 4만5000여 관객의 ‘떼창’은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뜨거웠다.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조용필은 '여행을 떠나요' '못 찾겠다 꾀꼬리'를 연달아 불러 객석을 춤추게 만들더니 "비 지겹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관객들 웃음보까지 터뜨렸다. 그는 지난 2003년, 2005년 연 공연을 우중(雨中) 콘서트로 진행했다. 이날도 공연 내내 5~10㎜쯤 비가 왔다. 바로 옆 야구장에서는 예정된 경기가 취소됐다. 하지만 조용필 공연의 관중 4만5000여명은 얇은 우비 한 장으로 버티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조용필은 90m쯤 앞뒤로 움직이는 무대로 멀리 떨어진 관중석까지 바짝 다가가 노래했다. 고추잠자리,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바운스 등 25곡을 2시간 반에 걸쳐 완창했다. 공연장 공기를 엉겨붙게 만든 눅눅한 습기마저 가왕 특유의 절창을 가로막진 못 했다. 그가 아주 간소한 반주만으로 이어붙인 민요곡 '한오백년'과 '간양록'에서 "한 많은 이 세상"을 내지를 땐 너 나 할 것 없이 '헉' 숨을 집어삼켰다. 데뷔 50년쯤 되면 시간과 공기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걸까. 절묘한 완급 조절에 빗줄기마저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각 분야의 최고 세션 연주자인 '위대한 탄생' 멤버들도 '장미꽃 불을 켜요' 등에서 불꽃 같은 솔로 연주를 쏟아냈다.

    조용필은 "(히트곡) 다 하려면 3일 걸린다. 다 못 들려줘 늘 죄송하다"며 이번 공연 선곡에서 빠진 그 겨울의 찻집, 허공 등의 노래를 직접 통기타를 치며 1절씩 들려줬다. 여기저기 쏟아지던 '떼창'이 "스톱, 스톱. 더 하면 다 불러야 돼" 하며 웃는 그의 손사래를 지휘자처럼 따랐다. 조용필도, 관객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기는커녕 더욱 쌩쌩해져 갔다. 공연 막바지쯤 그가 '비련'의 "기도하는~" 대목을 애절하게 울려내자 팬들은 찢어질 듯한 "꺅~" 비명소리로 화답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영원한 오빠'와 '오빠부대'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공연 직후 인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관객들 행렬은 마치 재난 영화처럼 끝이 안 보였다. 그중 20대 관객도 많았다. 백모(27)씨는 "잘 모르는 옛날 곡이 많았는데 전혀 촌스럽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조용필이 공연 전 가진 간담회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열다섯 살 청중도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 그들이 앞으로 50년은 더 나를 기억해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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