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종업원 송환 시사?… 靑, 논란 일자 "계획없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18.05.12 03:01

    [6·12 美北정상회담]

    탈북 주도 지배인, 한 방송에 나와 "국정원이 협박했다" 주장
    통일부, 경위조사 방침… 일각 "北 억류 6명과 맞교환 카드냐"
    일부라도 北 송환되면, 남는 종업원의 北가족 신변 위험해져

    2016년 4월 중국에서 집단 탈출한 탈북자 13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2년 만에 바뀌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년 전 "자유의사로 탈북했다"고 했던 정부가 최근 "국정원의 기획 탈북이었다"는 한 방송 보도 직후 경위 조사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북송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南 "자유의사", 北 "유인·납치"

    2016년 중국 저장(浙江)성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은 지배인과 함께 탈출해 4월 7일 국내에 들어왔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해외에서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을 통해 한국 실상과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최근 집단 탈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4월 12일 '괴뢰 정보원 깡패들이 조작한 전대미문의 유인·납치'라며 종업원 즉각 송환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북한은 "여종업원 송환 없이는 이산 상봉도 없다"고 했다.

    국내 일부 단체도 북한 주장에 동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그해 5월 국정원에 종업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신청했다. 국정원이 거부하자 민변은 "(종업원)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를 하겠다"고 했다. 여러 친북 인사들이 북한에 들어가 가족들의 위임장을 받아왔다. 민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 인신 보호 구제 심사를 청구했다. 대법원은 작년 8월 이를 각하했다.

    ◇언론 피해온 종업원들 깜짝 인터뷰

    일단락된 듯했던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JTBC 보도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배인 허강일씨는 방송에서 당초 본인과 아내만 귀순하기로 했으나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다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고, 이에 따라 종업원들을 협박해 함께 탈북했다고 주장했다. 한 종업원은 "이제라도 갈 수 있다면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집단 탈출했다고 알려진 북한 종업원들이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할 당시 찍은 사진.
    집단 탈출했다고 알려진 북한 종업원들이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할 당시 찍은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 사건에 밝은 전직 공안기관 관계자는 "12명 중 1~2명이 한국행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따라왔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도착 이후엔 한국에 정착해 살겠다는 뜻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종업원 전원을 여러 차례 면담한 국정원 인권보호관(변호사)도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13명 가운데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인권보호관은 변협에서 추천하는 국정원 외부 인사다.

    이 관계자는 "해당 종업원들은 경찰과 국정원의 협조 없이는 소재 파악이 힘들다"며 "언론을 피해온 이들이 갑자기 방송에서 '기획 탈북'을 주장하는 건 잘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6명) 송환을 위해 탈북 종업원들 송환이란 맞교환 카드를 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탈북 식당 종업원들과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6명을 교환할 가능성에 대해 "진전이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억류 한국인 석방과 탈북 종업원 송환 문제는 연관된 문제가 아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했다.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지배인 허씨가 '국정원이 약속한 탈북 대가를 주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고, 민변을 중심으로 종업원 일부를 북송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꽤 오래전부터 가동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탈북 경위 공개하는 것 자체가 폭력"

    정부가 '사실관계 확인'을 언급했지만 이런 조사가 탈북자와 그 가족을 사지(死地)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스스로 탈북했다고 진술하면 북에 남은 가족들은 '반역자 무리'로 몰리게 된다"며 "반대로 가족들 안위를 염려해 '자의가 아니었다'고 하면 남기를 원하는 종업원과 가족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종업원만 송환하면 남는 종업원의 가족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미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대한민국 국민이 된 사람들을 반국가단체이자 사회주의 폭압 체제로 보낸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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