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어른도 '처음'은 설레고 두렵단다

조선일보
  • 김경은 기자
    입력 2018.05.12 03:01

    이상한 기차
    이상한 기차

    한아름 지음ㅣ창비 | 44쪽ㅣ1만2000원


    어느 날 오후 3시, 빨간 옷을 입은 소년이 역에서 혼자 기차를 탄다. 늑대 승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올라탄 칸은 2호차. 그러나 아이의 자리는 12호차에 있다.

    흰 연기를 내뿜으며 기차는 출발한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얼굴을 맡긴 채 아이는 조심스레 길을 나선다. 문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복도의 기척을 살핀다. 태어나 처음 혼자서 기차를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아이의 설렘과 두려움, 걱정과 떨림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데 이 기차는 이상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칸씩 옮겨갈 때마다 사람은 없고 대신 온갖 생물이 튀어나와 아이의 혼을 쏙 빼놓는다.

    책 속 일러스트
    /창비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오랑우탄, 잡아먹을 듯 입을 쩌억 벌리는 상어, 소름끼치게 무서운 악어도 있다. 허겁지겁 날아올라 겨우 다음 칸으로 뛰어들면, 우와~ 깃털이 공중을 떠다니고 천사의 커다란 날개가 아이를 감싸 안는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숱한 위기 속에 소년은 자기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흑백의 연필 선만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아이의 불안한 마음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누구나 갖고 있는 '첫 경험'의 기억. 아이가 마침내 할머니를 만나 품으로 와락 달려드는 순간 덩달아 피어오르는 안도감이 짜릿한 쾌감을 준다. 4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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