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부동산 중개하는 로봇 첫 등장…중개사 사라지나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18.05.12 07:00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부동산 시장에도 로봇이 뜬다

    지구에서 생명력의 최강자는 누구일까? 몇해 전 ‘월E’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오염된 지구에 혼자 남은 청소 로봇 월E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면서 결국 과학이 발전하고 그 과학이 지구를 파괴하면 사람이 아닌 로봇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등이 오싹한 이야기다.

    로봇과 인공지능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이미 우리 실생활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정확한 업무 수행이 필수인 건설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부동산을 매매하고 임대하는 일까지 서서히 인간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아직 간을 보는 단계이지만 결국 로봇이 부동산 중개인보다 생명력이 강할 지 모를 일이다.

    월트디즈니가 선보였던 영화 '월E' 포스터. /디즈니 제공

    ■로봇이 부동산 중개인도 대체할까

    부동산 매매 시장에 중개인, 영어로 ‘브로커’(broker)를 대체하는 인공 지능 로봇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똑똑하게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를 찾아 맞춤형 주택을 제공하는 로봇이다. 렉스부동산 익스체인지(Rex Real Estate Exchage)라는 회사가 만든 인공 지능 로봇 ‘렉스’(Rex)가 그것이다.

    렉스는 스파이 기능을 탑재했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집을 찾고 있는지 유심히 봤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 다양한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물론 이런 정보는 우리가 좋아할 만한 주택을 찾아주고 우리를 낚는 데 사용한다. 렉스를 이용해 집을 파는 주택 소유주도 상당한 혜택을 본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내야 하는 6%의 수수료를 2%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해 중개수수료를 6%에서 2%로 낮출 수 있다는 렉스(REX)사의 홍보 문구. /렉스 홈페이지

    렉스는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의 질문에도 능숙하게 답한다. 렉스의 개발자는 주택에 관해 잠재 구매자가 가질 수 있는 질문이 통틀어 75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백가지 다른 질문 방식이 존재할 뿐이다. NAR(전미부동산중개협회)가 발표한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89%의 주택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거래된다. 약 8%만이 브로커 없이 주택 소유자들이 직접 사고 판다. 보통 이 8%에 고급 주택이 많이 들어간다. 렉스는 이 8%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급 주택을 파는 소유주들에게 접근해 낮은 수수료로 구매자를 찾아주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만이 할 수 있는 아주 스마트한 방법으로 말이다.

    시장도 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뉴욕, LA 등지로 점점 확장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이 더 똑똑해지지 않는다면 이런 싸고 똑똑한 놈 때문에 속 좀 썩을 가능성이 높다.

    ■스크린 탑재하고 움직이는 로봇

    위 사례가 인공 지능이라는 로봇의 뇌를 지녔다면 최근에는 움직이는 기능을 탑재한 부동산 로봇도 나왔다. 사람을 대신해 임대 주택을 안내해주는 이 로봇의 등장에 많은 언론이 “부동산 시장의 미래”라며 주목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임대관리회사인 젠플레이스(Zenplace)는 고객들에게 빠르게 주택을 안내하기 위해 이 로봇을 개발했다. 목적은 간단하다. 임대로 주택을 내놓는 고객들을 위해 세입자를 찾는 기간을 줄여 공실(空室)을 줄이는 것이다.

    임대주택 안내 기능을 하는 젠플레이스의 움직이는 로봇. /CNBC 화면 캡처


    잠재 세입자는 중개인이나 집주인과의 약속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 때나 집을 둘러볼 수 있다. 이용 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 집에 도착하면 모바일 앱을 통해 문을 여는 코드를 받아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집에 들어가면 움직이는 로봇이 반긴다. 이 로봇 얼굴은 아이패드 같은 스크린이다. 스크린에는 진짜 임대 중개인의 얼굴이 뜬다. 이 중개인은 로봇을 매개체 삼아 임대 주택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직접 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주변 지역과 임대주택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그 자리에서 임대계약서 작성까지 가능하다. 젠플레이스는 이 로봇을 통해 회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미국 어디에서나 임대 중개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로봇의 다양한 미래

    벌써부터 미국 부동산 업계에서는 로봇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젠플레이스 로봇처럼 중개인은 로봇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텔레프레젠스’(telepresence)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렉스처럼 잠재 구매자에게 꼭 맞는 집을 알아서 찾아줄 수도 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로봇이 내 잠재의식까지 고려해 집을 골라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내 경제적 사정도 고려해서 말이다. 지금은 몇주일씩 걸리는 주택담보대출 승인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정말 로봇이 주택을 안내하고, 그 자리에서 게약서를 써서 대출 승인까지 해주는 세상이 우리 생각보다 더 가까운 곳에 와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드론 활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조선DB

    부동산 로봇을 얘기할 때 드론(drone)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지 않아도 드론으로 주변 환경이나 부동산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다퉈 발표되는 주(州)와 시 정부들의 드론 규제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드론은 벌써 우리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에 혼자 살아남은 월E. 사람이 없어도 쓰레기 치우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하지만 부동산 로봇은 사람이 없으면 가치가 없다. 그 부동산을 이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부분 현재 인간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다. 그래서 로봇의 등장을 그저 반갑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