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눈병 고친 묘약… 내가 물로 보이니

입력 2018.05.11 03:00

[그곳의 맛] [4] 청주 초정약수

지하 100m 석회암층서 솟구쳐
미네랄 성분 많은 천연 탄산수… 소화장애·피부질환에 효능
물맛 좋아 생수·소주공장 들어서

25~27일 초정약수 축제 열려
세종대왕 2㎞ 어가 행렬 백미

18세기 프랑스 소도시 에비앙 레 뱅(Evian-les-Bains)은 휴양지로 유명했다. 신장결석을 앓던 오베르뉴 출신의 레세르 후작이 그곳에서 석 달간 물을 마시고 씻은 듯이 나았다고 전해진다. 후작을 낫게 했다는 그 물, 에비앙은 이후 세계적인 생수가 됐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 초정약수 터에 설치된 상징탑에서 물이 솟아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 초정약수 터에 설치된 상징탑에서 물이 솟아나오고 있다. 상징탑은 세종대왕이 초정약수로 눈을 씻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세종대왕이 이곳에 행궁을 짓고 머물면서 초정약수를 마시며 위장병과 안질, 피부병을 치료했다고 전해온다. 초정약수는 천연 탄산 함유량이 높고 미네랄이 풍부해 물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현종 기자
프랑스에 '후작의 물'이 있다면 한국에는 '대왕의 물'이 있다. 세종대왕은 위장병과 피부병, 눈질환으로 고생했다. 널리 알려진 온천은 죄다 다녔으나 효험이 없었다. 어느 날 "청주에 물맛이 호초(후추) 같은 것이 있어 초수(椒水)라 부르는데 모든 질병을 고칠 수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세종은 일단 신하를 급파했다. 물의 효능을 체험해본 신하는 "효과가 확실하다"고 아뢰었다. 세종은 곧바로 행궁(行宮, 임시 왕궁)을 짓고 초정으로 향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즉위 26년인 1444년 3월과 9월 두 차례 모두 123일 동안 초정에 머물며 약수를 마시고 몸을 씻어 눈질환과 위장병을 치료했다. 세종은 초정 행궁에 머물면서 훈민정음 창제의 마지막 작업을 진행했다는 기록도 있다.

대왕의 사랑을 받은 초정약수는 지금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연 탄산이 함유된 독특한 물맛 때문이다. 물맛이 좋아 탄산수·생수·소주 공장도 들어섰다. 초정약수는 지하 100m의 석회암층에서 솟아나는 천연 탄산수다. 바가지에 초정약수를 받으면 사이다처럼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한 모금 마시면 톡 쏘는 탄산이 혀끝을 자극한다. 물에 손을 담그면 기포가 마사지를 하듯 짜릿하다. 탄산수는 물에 탄산을 주입하는 인공 탄산수와 원래부터 함유한 천연 탄산수로 나뉜다. 둘은 맛 차이가 크다. 기본 물맛이 다른 데다 주입된 탄산수의 기포 크기가 달라 혀에서 느끼는 감촉이 크게 차이 난다.

충북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 초정약수터에 가면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미네랄과 탄산이 풍부한 천연 탄산수를 맛볼 수 있다. "좋은 물을 마셔야 오래 산다잖아유. 초정약수는 물이 아니라 약이유." 지난 5일 초정약수터에서 만난 김철형(64)씨의 말이다. 괴산군에서 왔다는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들러 1.8L 물통 대여섯 병에 물을 가득 담아간다. 소화가 잘 안 될 때 마시면 효과 있다는 말에 물을 떠다 먹기 시작했는데, 알싸한 탄산과 독특한 물맛에 이제는 다른 물은 마시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날 초정약수를 처음 맛본 고가은(7)양은 따끔따끔한 물맛에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지우(12)군은 "수도꼭지에서 탄산수를 바로 마실 수 있어 너무 신기하다"며 "평소 즐겨 먹던 사이다에 비해 단맛이 없어 싱겁지만, 집에서 먹는 물보다 시원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물에도 엄연히 맛이 있다. 물에 어떤 미네랄이 얼마만큼 들어갔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칼륨이 많으면 짜고, 마그네슘이 들어가면 쓰다. 철이 많으면 녹 맛이 난다.

초정 약수 개요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칼슘 함량이 높은 국내 유명 약수와 달리 초정 약수에는 칼슘 외에도 규소, 마그네슘, 나트륨, 칼륨 등 50여 종의 미네랄 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또 일반 약수와 달리 철분이 없어 오래 보관해도 침전물이 생기지 않는다. 초정약수의 탄산가스 농도는 평균 1122㎎/L로 다른 지역 약수의 평균 탄산 농도(1048㎎/L)보다 훨씬 높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 조성렬 박사는 "초정약수는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맛있는 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소화장애, 피부질환 개선 등 의학적으로도 우수한 효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시는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세종의 숨결이 담긴 초정약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를 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축제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청주시 내수읍 초정문화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는 세종대왕 즉위 600돌을 맞아 참여형 축제로 준비했다. 초정약수 축제의 백미는 세종대왕이 한양을 떠나 초정리에 도착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어가 행렬이다. 26일 오후 3시와 5시 두 차례 초정리 주변 2㎞에서 어가 행렬이 펼쳐진다.

축제장은 조선시대 저잣거리로 꾸며진다. 세종대왕이 먹었을 행궁 밥상과 초정약수로 만든 동치미 등도 맛볼 수 있다. 또 집현전과 수라간, 내의원 등을 설치해 세종이 초정 행궁을 차렸을 당시 모습을 재현한다. 방문객들은 시음대에서 초정약수를 맘껏 마실 수 있고, 초정약수로 족욕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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