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유발 물질 '라돈(Rn)'이 검출돼 논란이 됐던 대진침대의 라돈 농도가 환경부 권고 기준보다 훨씬 적게 검출됐다. 방사능 피폭량도 안전 기준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은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무색무취의 기체 형태의 방사성 물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대진침대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서 "문제가 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 커버를 조사한 결과 라돈이 검출됐다"면서 "다만 농도는 언론에 보도된 수치의 10분의 1 수준이며 방사능 피폭량도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고 밝혔다. 한 원자력계 전문가는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라돈 다량 검출 보도는 잘못된 측정 방법 때문"
이번 사태는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일부 매체가 '대진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대량 검출됐다'고 보도하며 시작됐다. 건강 개선을 위해 침대에 넣은 음이온 파우더에서 환경부가 정한 실내 공기 라돈 기준 1㎥당 200베크렐(Bq)의 3배가 넘는 620Bq 이상의 라돈이 측정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일부 매체는 9일까지 저녁 뉴스에서만 모두 9건의 보도를 이어갔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자진 리콜한 2개 모델 9개 시료를 전문가용 측정장치를 사용해 조사했다. 원안위와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라돈 침대 관련 보도는 잘못된 측정 방법 때문에 나온 오해"라며 "일부 매체가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라돈 아이' 측정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측정하는 바람에 다른 방사성 물질도 라돈으로 인식해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조사 결과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나온 라돈 농도는 환경부 권고치보다 낮은 1㎥당 58.5Bq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에 의한 인체 피폭량도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방사능으로 인한 피폭량을 측정한 결과 연간 최대 0.15밀리시버트(mSv)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연간 1mSv인 기준치의 7분의 1 수준이다.
원안위는 다만 침대 같은 제품에 대한 라돈 방출 허용 기준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해지지 않아 앞으로 비슷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실내 공기의 라돈 허용치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침대, 의자, 소파 등 제품에 대한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엄재식 원안위 사무차장은 그러면서도 "방사선은 허용 기준치 이하이지만 (제품에 대한 기준이 없는 탓에) 침대의 안전성 여부를 원안위가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진침대 경영에 직격탄
하지만 작년 매출 63억원 규모의 대진침대는 라돈 사태로 인해 회사 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 대진침대는 1959년 창립한 국내 최고(最古)의 침대 회사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네이버 등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라돈 침대에서 잠을 자면 하루에 담배 14갑을 피운 것과 같다" "후쿠시마산 수입 쓰레기로 만든 침대" 등 비판 기사와 댓글이 이어졌다.
대진침대는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언론 취재 과정에서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것을 알았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사과문을 올리고 제품 리콜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인터넷으로 8000건, 전화로는 1000건 정도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진침대 측은 원안위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콜 접수와 회수, 교환 등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운송료와 인건비 등을 더하면 매트리스 하나당 최소 3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이라며 "영세 업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라고 말했다.
대진침대 관계자는 "모든 직원이 천안 본사에서 리콜 요청에 대응하고 있다"며 "이르면 11일쯤 원안위의 중간 발표와 관련한 회사 입장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