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10일 바로 섰다. 참사 1486일 만에 상하부와 좌우 선체 표면을 모두 바깥에 드러냈다. 지난해 4월 11일 전남 목포 신항에 좌현을 바닥에 대고 놓인 지 395일 만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날 오전 9시 목포 신항에서 세월호 직립 작업에 돌입했다. 세월호를 'ㄴ' 자 형태로 감싼 철제 기둥 66개를 쇠줄로 연결한 1만t급 해상크레인이 무게 약 6900t의 육중한 선체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1시간 빠른 낮 12시 10분 세월호를 94.5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세월호는 인양할 때부터 한쪽으로 틀어져 있었고, 거치한 부두 바닥도 평평하지 않아 직립하려면 90도에다 기울어진 4.5도만큼을 더해야 했다.

10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바로 선 채 해상 크레인에 고정되어 있다.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직립 작업은 3시간 10분 만인 낮 12시 10분 완료됐다. 왼쪽으로 누워 있어 확인이 어려웠던 좌현이 이날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에서 제기하던 외력에 의한 침몰설과 달리 충돌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왼쪽 선체를 덮은 철제 빔 33개는 3주에 걸쳐서 뜯어낼 계획이다.

세월호가 육상에 반듯이 거치되면서 침몰 원인을 두고 제기된 잠수함 충돌설 등의 괴담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날 좌우 표면을 모두 드러낸 세월호 선체는 육안으로 봐도 외부 충돌 흔적이 없었다. 세월호에 충돌 흔적이 없다는 사실은 지난해 3월 25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을 때 이미 확인됐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바닥에 닿아 있는) 좌현을 보기 전엔 알 수 없다"며 여전히 외력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날 100m 떨어진 거리에서 육안으로 살핀 세월호 좌현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함몰과 손상 흔적은 없었다. 사실상 외관 관찰을 통해 잠수함 충돌설은 종식된 셈이다.

그런데도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선조위는 외부 충돌설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좌현에서 뚜렷한 충격 흔적은 안 보인다"면서도 "잠수함 충돌과 닻(앵커·anchor)으로 인한 침몰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목포 신항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세월호 선체를 바로 세우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며 세월호 괴담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앞서 선조위는 지난달 13일 외력설을 공식 토의 안건으로 올리며 논란에 부채질하기도 했다.

철제 빔이 덮이지 않은 왼쪽 선체의 앞부분.

정부의 이 같은 어정쩡한 태도가 괴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잠수함 충돌설'과 '닻 침몰설'이 대표적이다. 잠수함 충돌설은 지난해 3월 세월호 파손 부위가 드러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충돌설을 제기한 네티즌 자로는 선조위의 외력설 재조사를 두고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반전이 일어날 것"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영화 '그날 바다'의 '닻 침몰설'도 근거가 희박해졌다. 영화는 세월호 왼쪽 닻이 바다 바닥에 걸려 오른쪽으로 급변침했고, 이로 인해 좌현으로 화물이 쏠리면서 배가 왼쪽으로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좌현 닻 출입구에는 찌그러진 흔적이 없었다. 쇠줄인 닻이 바다에 내려져 배를 끌었다면 닻이 드나드는 출입 구멍에 짓눌린 흔적이 남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선조위는 선체 내외부를 정리하고 내달 중순부터 침몰 때 눌려서 붙은 4층 좌현 남학생 객실을 중심으로 정밀 수색에 나서 미수습자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