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합니다, 1938년 作 덕수궁 미술관을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5.11 03:00

    덕수궁 미술관 건립 80주년 맞아 '내가 사랑한 미술관…'展 열어
    옛 사진·설계도 참고해 내부 복원… 감춰 뒀던 나선형 계단도 공개

    1938년 서울 정동 덕수궁 석조전 서쪽에 고전주의 양식 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이왕가미술관'으로 지어진 이곳은 현재 '덕수궁 미술관'으로 불린다. 덕수궁 미술관과 석조전 앞에는 분수대와 물개상이 있다. 구한말, 궁궐 안에 왜 물개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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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미술관 개관 당시 사진. 중앙홀을 중심으로 양쪽에 전시실이 딸려 있는 삼분할 구조다. 육중한 계단을 오르면 입구 정면에 기둥이 6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미술관과 근현대미술품을 조망하는 전시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전에서 이 답을 얻을 수 있다. 올해는 '덕수궁 미술관' 건립 80주년이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개관한 지 20주년이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만 아니라 미술관의 역사와 미적 가치를 되돌아본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이번 전시의 최대이자 최고의 작품인 셈이다.

    물개상, 원래는 거북이상이었다?

    덕수궁 미술관에 자주 가본 관람객이라면 중앙홀에 들어선 순간 달라진 점을 느낄 것이다. 설계도와 옛 사진을 바탕으로 최대한 80년 전 모습을 복원하려고 했다. 홀을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이 원래 모습을 드러냈고, 남쪽 출입구에 있는 나선형 계단도 공개했다. 지하의 수장고부터 옥상까지 연결돼 있다.

    1938년 개관 당시 덕수궁 미술관(당시‘이왕가미술관’) 중앙홀에 있던 철불(위 사진).
    1938년 개관 당시 덕수궁 미술관(당시‘이왕가미술관’) 중앙홀에 있던 철불(위 사진). 1938년 잡지에 실린 덕수궁 미술관의 나선형 계단은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
    '1938년 건축과 이왕가미술관'이란 주제로 선보인 1부 전시에서는 2014년 일본 하마마쓰시립중앙도서관에서 발굴한 미술관 설계도 원본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1880~1963)의 설계로 1938년 3월 준공됐다. 나카무라는 창문에 새길 문양까지 도면에 다 그려넣을 정도로 세밀하게 설계했다. 배원정 학예사는 "설계도가 재밌는 것은 3, 혹은 3의 배수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라며 "아리스토텔레스도 완전한 것은 셋으로 나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홀을 두고 양쪽에 진열실을 배치해 건물이 삼분할 되도록 구성했고, 건물 정면에 있는 기둥도 6개다. 2층부터 3층까지 뚫린 중앙홀 한가운데 빈 공간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9m인 정육면체이다.

    설계도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미술관 앞에 물개상이 들어선 연유도 짐작이 간다. 초기 설계도에는 2.8m 높이의 연못과 거북이상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설계도에선 지면보다 바닥을 낮춰 연못을 만들고 중앙에 분수대를 세웠으며 거북이상도 없앴다. 물개상은 1940년에 설치됐다. 거북이는 중국에서 황제를, 조선에선 장수를 상징했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일제가 고종의 장수를 기원했던 거북상을 없애고 덕수궁을 공원화해 희화화하면서 고종의 흔적을 지워내려 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 근대 걸작을 한자리에

    1910년 준공된 석조전은 1933년 10월부터 일본 근대 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였다. 지금의 덕수궁 미술관은 1938년 6월 문을 열면서 '이왕가미술관'으로 불렸다. 일본 총독부는 석조전에 일본 근대미술을, 이왕가미술관에는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의 고미술품, 공예품만 전시하면서 조선 미술을 열등한 것으로 몰아갔다.

    이번 전시의 2~5부에선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후 모아 온 주요 근대 미술 작품과 발굴·소장의 뒷이야기 등 작품을 둘러싼 역사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들이 미술관에 오게 된 이력을 표기한 점이 눈에 띈다.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개관한 이후에는 한국 근대미술관의 역할을 했다. 채용신, 배운성, 김기창, 도상봉, 한묵, 장우성, 이응노, 김종영, 서세옥, 권진규, 이인성, 이쾌대, 이중섭, 유영국 같은 근현대 작가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번 전시에도 이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기존의 덕수궁 미술관의 전시를 봤던 관람객들에게는 식상할 수 있지만, 한국 근현대 미술을 한눈에 훑기에는 딱이다.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도 꽤 있다. 관람료 3000원, 10월 14일까지.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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