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

조선일보
  • 곽수근 기자
    입력 2018.05.10 03:00

    배달대행·대리운전·심부름 등 앱 매개로 일하는 사람 5만명 넘어
    고용보험·최저임금 등 적용 안돼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캐디 등 특수고용자 기본권 보장 문제도
    20년 가까이 해결 못해 설상가상

    정부, 법개정 추진… 통과는 불투명

    민주노총은 9일 '문재인 정부의 약속 불이행을 규탄하는 특수고용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약속한 정부가 출범 1년이 되도록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특고)는 보험설계사·화물차 운전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 등 형식상 개인 사업자이지만 임금 근로자 성격을 지닌 근로자를 말한다. 노동계는 특고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디지털 특고'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3년간 플랫폼 노동자 급증

    스마트폰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업무 수행을 요청받고 일을 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배달 대행, 대리운전, 가사 노동에서부터 반려견을 산책시켜주는 도그 워커(dog walker),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펫시터(pet sitter)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제품 판매 매장에서 대신 줄을 서주는 서비스같이 고객이 원하는 각종 심부름을 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런 노동력의 거래가 앱을 매개로 이뤄지는 게 플랫폼 노동의 특징이다.

    플랫폼 노동의 예

    아직 플랫폼 노동자 규모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배달 앱 종사자를 5000~1만9000명으로 추산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가 있지만, 업계에선 올해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규모가 3만명 안팎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한다. 노동계에선 각 분야의 플랫폼 노동자를 합하면 5만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독일·영국 등 유럽에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 앱을 이용한 사람 비율이 11~14%에 이른 상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노동자가 임시·일용직(180만명)의 10% 이상 비중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미래 연구 보고서에서 2020년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슈로 '플랫폼 노동자 확산'을 꼽았다.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플랫폼을 통한 노동 거래가 확대되면서 지금 같은 일반적 고용 관계는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특고도 20년 가까이 해결 못 했는데…"

    특고 노동 기본권 보장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는 플랫폼 노동자까지 급증하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도 현행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조 설립 등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에서 특고와 유사하지만, 사용자가 플랫폼인지 실제 이용자인지 복잡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달 대행 앱'을 통해 음식 배달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자가 음식점인지 배달대행 업체인지 여부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 "특고의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현재까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앞서 2000년에도 특고 보호 논의가 본격화돼 2003년 노사정위원회가 특별법 제정도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노총 등이 "문재인 정부도 이전과 다를 바 없어 특고 처지가 20년이 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노조법 개정 투쟁을 벌이는 이유다. 고용부는 "특고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고 개념이 포괄적이고 직종 간 노무 제공도 복잡해 전문가 사이에서도 보호 대상 범위에 대한 의견이 갈려 합의가 쉽지 않다"며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선 다음 달 실태 조사부터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조직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앱을 이용한 모바일 노조를 활성화하는 등 플랫폼 노동자 맞춤형 노동운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고(특수고용형태 근로종사자)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골프장 캐디·택배기사 등 형식상 개인 사업자이지만 임금 근로자 성격을 지닌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platform worker)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업무 수행을 요청받는 근로자를 말한다. 대리운전, 각종 심부름 대행 등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 ‘디지털 특고(특수고용 근로자)’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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