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관광객 검문소, 왜?

입력 2018.05.10 03:00

인구 5만인데 관광객 年2000만명, 주민 "물가·임대료 올라 못살아"
당국, 급기야 관광객 제한 조치
스페인 팔마 등 명소들도 잇따라… 가디언 "유럽에 관광 공포증"

이탈리아 베네치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팔마 등 유럽에서 손꼽는 관광지들이 잇따라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물가 상승과 혼잡이 발생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민들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에 '투어리즘 포비아(관광 공포증)'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 시각)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마요르카섬 최대 도시 팔마는 오는 7월부터 마요르카 주민이 아닌 사람에게는 아파트 임대를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관광객이 단기(短期)로 아파트를 빌리는 방식으로는 머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기는 집주인은 최대 40만유로(약 5억1000만원)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아파트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으면서 주민 불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엘파이스는 "2015년부터 2년 사이 팔마의 아파트 임대료가 40% 올라 주민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중해 휴양지인 마요르카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100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스페인 주요 도시에서는 '반(反)관광객'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상(水上) 도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도 관광객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달 베네치아시 당국은 시내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지점 두 곳에 회전문으로 된 검문소를 설치했다. 성수기가 되면 현지 주민만 통과시키려는 조치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관광 인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베네치아는 한때 17만명이었던 인구가 5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매년 2000만명이 찾아오면서 혼잡이 가중되고 물가와 임대료가 오르자 타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이런 결정이 나오자마자 나폴리 인근의 휴양지인 카프리섬 역시 성수기에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카프리섬(10.4㎞)은 여의도 3배 크기이지만 관광객은 연간 200만명에 달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지난달부터 밤 11시 이후 홍등가 관광을 금지했다. 성(性) 산업 종사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라며 시 당국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다. 수려한 경치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성곽'은 2016년부터 하루 방문객을 4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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