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뉴스 읽기] 고2·고1·중3이 치를 大入 다 제각각… "우린 교육부에 속았어요"

조선일보
  • 안석배 논설위원
    입력 2018.05.10 03:14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대혼란]
    文정부 1년, 낙제점 받은 '교육'… 전문가들 "우리도 잘 모르겠다"

    안석배 논설위원
    안석배 논설위원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여론조사에서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에 그쳤다. 다른 정책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뒤집고, 떠넘기고, 미루는 '김상곤 교육부'에 많은 학부모가 등을 돌린 결과다. 지난 1년간 수능 개선안 발표 연기, 유치원 영어 교육 금지, 대입 개편안 위원회로 떠넘기기 등 교육정책은 그야말로 방향을 잃고 비틀댔다. 그래서인지 요즘 사설 기관 입시 설명회가 대성황이라고 한다. 고3 부모들이 오던 설명회에 중학생 부모까지 찾는다. 입시 혼선으로 고3, 고2, 고1, 중3 입시가 모두 제각각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솔직히 우리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이런가. 지금의 고2~중3 학생이 겪게 될 입시를 가상 인물을 내세워 따라가 본다.

    [고2 A군]

    서울 일반고 2학년에 다니는 나는 일찌감치 수시 논술 전형으로 대학에 갈 생각을 했다. 글쓰기와 토론에 자신이 있었고 학교 선생님도 적극 추천했다. 요즘은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입학 원서를 쓰기 시작한다. 늦어도 고2 때 어떤 전형을 택할지 마음을 정해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 지난달 불길한 소식이 들려왔다. 교육부가 몇몇 대학에 전화해 '내년 입시에서 정시 모집을 늘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대학들이 내년 입시안을 내놨다. 서울시내 대학 10곳의 정시 인원은 1400명 가까이 늘고 수시 논술 전형은 800명 줄었다. 내가 지원할 생각을 품고 있었던 대학도 포함돼 있다. 이대로 논술 전형을 준비해야 하나, 아니면 다른 전형으로 바꿔 타야 하나 고민이다.

    우리 학년은 전국적으로 52만명이다. 예년 경우를 보면 이 중 10만명 정도는 재수한다고 봐야 한다. 서울 강남의 어느 고교는 대입 응시생 가운데 재학생보다 재수·삼수생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재수할 경우 우린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공부를 새로 해야 한다. 문과 수학은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가 추가된다. 국어·영어·수학·사회 교과서 모두 다 바뀌었다. 2020년엔 '정시 확대'가 입시 패턴이었는데 2021년이 되면 '수시 확대'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다고 한다.

    삼수를 하게 되면 깜깜한 터널로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예년 통계로 보면 우리 학년 중 2만명 정도는 삼수로 2022년 입시까지 치를 가능성이 있다. 교육과정, 교과서, 시험 과목·범위, 평가 방식 모두 다 바뀌게 된다. 아예 새로 공부를 시작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2022년 입시안은 현재 논의 중인데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떠넘겼고, 국가교육회의는 다시 대입특위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그 위원회들에 넘겼다고 한다. 여러 전형 패턴을 조합하면 최소 100가지, 최다 1000가지의 다른 입시안이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3개월 안에 결정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1 B군]

    우리 학년은 전국적으로 46만명이다. 처음으로 학령 인구가 40만명대로 떨어진 학년이다. 학생이 적어 대학 가기 쉬울 줄 알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정부에서는 문·이과 통합 과정과 융합 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첫 대상 학년이었다. 고교에서 문·이과로 나눈 후 문과반 따로, 이과반 따로 가르치는 걸 우리 때부터 그만두겠다는 것이었다. 문·이과를 나눠 '칸막이 교육' '편식 공부'를 시키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곳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교육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3 때인 작년 여름 긴장된 시간을 보냈다. 정부는 우리가 치를 2021년 수능을 대대적으로 바꾼다고 했다. 수능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문·이과 구별 없이 같은 수능 시험을 치른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런데 발표가 미뤄졌다. 큰 파도를 피했다고 마음 놨는데 또 다른 파도가 오고 있었다.

    현재 고2 학생 A군이 재수, 삼수할 경우 입시 예상도
    그래픽=김성규

    올해 고교에 진학하고 나서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수능 시험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학교에서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지만, 수능에선 지금처럼 '이과 수능' '문과 수능'을 봐야 한다. 원래 문과, 이과를 나누지 않겠다고 했는데 올해 말 문과반, 이과반으로 나뉜다고 선생님들이 설명했다. 또 '여행지리' '과학사' 같은 과목을 선택해 배울 수 있다고 했는데 학교엔 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았다. 수능에 출제되지 않아서란다. 통합 교육, 융합 교육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교육부에 속았다.

    이런 혼선 때문에 아직 입시 전략을 짜지 못했다. 올 초 바로 위 선배들의 입시가 갑자기 바뀌는 것을 보며 미리 준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입시가 1년 단위로 바뀌고 있으니 2년 뒤 일을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 내년 봄 발표되는 2021년 입시 최종안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너희 학년은 재수하면 큰일'이라는 말을 주변에서 귀 따갑게 듣고 있다. 그래도 우리 중 8만~9만명 정도는 재수할 것이라고 한다.

    [중3 C양]

    올여름 우리가 치를 입시안이 발표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2년 수능이다. 지금까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수능 과목이 무엇인지, 과목 수는 몇인지, 절대평가인지 상대평가인지, 정시 비율이 30%인지 40%인지…. 사안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정시 비율 10% 늘고 주는 데 따라 당락이 뒤바뀌는 학생이 4만명쯤 될 것이라고 한다.

    당장은 고교 진학이 고민이다. 중학교 내신이 상위권이라 자사고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요즘 생각이 복잡해졌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자사·특목고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비평준화 미달 학교에 강제 배정한다'고 경고했다. 우리 집은 경기도 용인인데 잘못되면 동두천이나 연천 지역 고교에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자사고 지원 금지법'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여름에 발표되는 2022년 입시안 내용을 잘 보고 고교 진학을 최종 결정하려 한다. 수능시험이 상대평가로 결정되면 위험을 각오하더라도 자사고나 특목고에 지원해보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다. 정시 모집을 늘리는 대학이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자사·특목고가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전 과목 절대평가가 되면 일반고에 가는 게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또 다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입시가 고차 방정식보다 복잡하다.

    우리 학년은 전국 47만명이다. 친구들과 모이면 "왜 우리부터냐"는 말을 자주 한다. 대입도 고교 입시도 모두 우리 때부터 대폭 손봤다. 지금 궁금한 건 우리가 내년에 고교에 진학하면 문과, 이과반 나누는 것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아니면 통합되는지다. 여름에 입시안 발표할 때 이와 관련된 내용도 발표되는지 궁금하다. 만약 문·이과반 구분이 없어지면 대학 지원 제도도 바뀌는 것 아닌가. 고교에 문·이과가 사라지면 대학 내 단과대학 구분도 사라지는 건가. 궁금한 건 많은데 질문할수록 안갯속이다.

    학부모 불안 커지자 사교육 업체만 환호
    "30代 학원 강사가 300억 빌딩 샀다더라"

    정부 교육정책이 길을 잃고 헤매자 사교육 업체들은 표정 관리에 나섰다. 요즘 학원가 화제는 30대 강사가 300억원짜리 빌딩을 샀다는 소식과 입시 학원 메가스터디 주가의 움직임이다. 메가스터디교육 주가는 석 달 사이 2배 이상 올랐다. 주가가 뛰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3월 말이다. 교육부 차관이 대학들에 전화해 '정시 확대'를 요구했을 때다.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 영향력이 커지고 관련 학원에 학생이 몰리게 된다. 정부가 작년 8월 말 수능 발표를 한 차례 연기하고 대입 정책을 갑자기 뒤집자 사교육이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 사교육은 '교육부 무능' '학부모 불안'을 먹고 산다. 교육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리고 뒤집히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초래한 혼란을 학원가는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대입 정책은 24번 바뀌었다고 한다. 1993년 처음 시작된 수능만 해도 12번 이상 바뀌었다. 과목 한둘 넣고 빼는 조그만 변화까지 합치면 입시 제도는 거의 매년 바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 정부나 새 장관이 오면 입시 정책부터 바꾸겠다고 나서니 이런 일이 반복된다. 이 정부 입시 정책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왜 혼란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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