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측, 연락없이 와서 먹더니 촬영하자 하더라"

입력 2018.05.09 18:27 | 수정 2018.05.09 19:30

지난 8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에 위치한 ‘종점숯불갈비’. 이날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촬영이 이 곳에서 진행됐다. 종점 숯불갈비 대표메뉴 ‘돼지갈비’를 맛본 일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이노가시라 고로 역)씨는 “맛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등의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고독한 미식가는 지난 2012년부터 8년째 방송되는 일본 장수 드라마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홀로 맛집을 찾아 다니며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적한 골목, 눈에 띄지 않는 맛집에서 ‘혼밥’을 즐기는 컨셉이다. 한식은 다뤄졌지만 여태껏 한국에서 촬영한 적은 없었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을 방문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독한 미식가 근황’이라는 제목과 함께 마츠시게 유타카가 종점숯불갈비 앞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고독한 미식가’가 떴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가게는 ‘대박’이 났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은 9일 종점숯불갈비 ‘주인장’ 어머니 김득중(62)씨와 맏아들 이민우(45)씨를 만났다. 이들은 “언론에 노출되기는 부끄럽다”며 사진 촬영은 한사코 거부했다.

-‘고독한 미식가’ 촬영 소식은 언제 알게 됐나
“촬영 전에 드라마 제작진이 3번 다녀갔다.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촬영지로 결정한 것 같다. 서울에서 2~3개의 후보군(群)을 두고 고민했다고 들었다. 사전에 연락 없이 찾아와 음식을 맛본 뒤 그 자리에서 ‘촬영하자’고 제안했다.”

-왜 촬영지로 꼽힌 것 같나.
“우리 가게가 20년 정도 됐다. 손님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편이다. 입소문을 들었거나, 국내 연예계에서 추천 받은 것 같다. 연예인 홍석천씨가 단골로 오신다. 밑반찬에 정성을 담아서 내려고 노력하는데, (제작진이) 이 점을 좋게 본 것 같다.”

-촬영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나
“그런 것은 없다. 메뉴인 돼지갈비를 그대로 내놨다. 밑반찬은 10가지 정도였다. 다만 카메라에 우리가 잡히면 안되니까 촬영할 때 가게 한쪽에 숨었다. 촬영에는 10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고로’는 술 대신 늘 우롱차를 마신다. 메뉴에 우롱차가 있었나.
“일본에서는 우롱차를 마신다고 아는데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주인공은) 생수를 마신 걸로 알고 있는데 방송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촬영 당일에 소문이 났다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소문이 쫙 퍼졌다.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기자, 팬들이 가게로 몰려와서 우리도 당황했다. 드라마 촬영은 끝났는데, 제작진이 며칠 뒤 한 번 더 와서 회식하기로 했다.”

전날(9일) 오후 6시반쯤 종점숯불갈비 앞에는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독한 미식가 근황’이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종점숯불갈비가 화제가 됐다./ 독자 제공
-촬영 이후 ‘대박’이 났다고 들었다.
“8일 촬영이 오후 5시쯤 끝났는데, 그날 저녁부터 어떻게 알고 손님들이 몰려 왔다. 보통 갈비 40근(24kg) 준비하면 가게 문 닫을 때까지 장사를 한다. 보통은 새벽 4~7시까지 영업한다. 그런데 이날은 오후 9시에 준비한 갈비가 다 떨어졌다. 소문이 더 났는지 오늘은 오후 2시에 다 떨어졌다. 40근을 급하게 추가로 조달하는 상황이다. 어떤 손님은 문 열기도 전인 아침에 혼자 오셔서 ‘혼밥’을 하시더라. 기사가 나가면서 고깃집에 혼자 오시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

-불편한 점은 없나
“1997년부터 이 자리를 20년 이상 지켰다. 저희 집은 동네 분들이 많이 찾는다. 단골 손님도 좀 있지만 줄 서서 먹는 집은 아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30분도 넘게 줄 서서 기다리시더라. 일이 힘든 건 괜찮은데, 단골손님이 발길을 돌리실까봐 걱정이다.”

-어떤 가게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정직한 가게’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계속 내 손으로 만든 음식으로 장사하고 싶다. 고독한 미식가의 촬영지가 된 이유도 정성 담긴 밑반찬이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음식을 내놓고 싶다. 나이도 있고, 재개발 이슈도 있지만 힘닿는 순간까지는 가게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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