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여기서 찍었대"...보광동 돼지갈비집 미어터졌다

입력 2018.05.09 11:27 | 수정 2018.05.09 18:03

‘일드’ 고독한 미식가 촬영소식에 난리 난 동네 맛집
“고로상 다녀 갔대” 2시간 서서 기다려
새벽 4시 영업인데, 오후 9시에 갈비 동나
재개발 지역, 눈에 띄지 않은 허름한 외관

버스도 쉬어가는 곳. 지난 8일 저녁 조그만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골목에 장사진이 섰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돼지갈비 집 ‘종점 숯불갈비’ 앞이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 가게에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촬영이 있었다. ‘먹방’ 원조 격인 이 드라마가 주목했다는 소식에 팬들이 몰렸다. 숨은 맛집으로 이 곳을 은밀히 즐기던 단골손님, 호기심에 기웃거리던 사람들도 가세했다.
저녁 7시쯤에는 대기인원만 30여명이었다. “고로상(고독한 미식가 주인공의 애칭)이 다녀 갔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9일 오후 6시반쯤 종점 숯불갈비 앞에 긴 줄이 늘어서있다. 이날 이 곳에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촬영이 있었다./ 독자 제공
◇알던 사람들이 찾던 그 집, ‘일드’ 촬영 소식에 미어 터져
가게에 찍힌 부재중 전화만 45통. 예약을 문의하는 전화로 추정되지만 다 받지 못했다. 46㎡(약 14평)남짓한 가게 안이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까닭이다. 종점 숯불갈비는 보통 새벽 7시까지 영업한다. 그런데 이날은 오후 9시에 갈비가 다 떨어졌다.

대기의자도 없이 꼬박 서서 기다린 손님들은 “마지막 갈비래”라면서 황송해했다. 가게를 찾은 송성은(35)씨는 “여기가 방송을 타면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촬영 당일에 곧장 달려왔다”면서 “갈비 맛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주민들도 이날만큼은 종점 숯불갈비를 찾았다. 동네 주민 김모(32)씨는 오후 7시 15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9시에 입장했다. 그는 “매번 지나가면서 본 곳인데 오늘 방송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뒤에 서 있던 20명 정도는 기다리다 지쳐서 가버렸는데, 우리는 기다린 게 아까워서 끝까지 서 있었다”라고 답했다.

‘맛집 블로거’들은 고독한 미식가 주인공처럼 혼자 갈비 맛을 음미하기도 했다. 이들은 갈비를 뜯다가도 중간중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소셜미디어(SNS)에 감상을 적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맛집블로거는 “우리나라에 다른 맛집도 많은데 ‘고독한 미식가’가 이곳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며 “아마도 허름한 분위기, 마이너 한 감성 때문에 종점 숯불갈비가 촬영지로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이블 7개가 전부, 슴슴한 돼지갈비로 인기
종점 숯불갈비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느껴지는 외관을 보여준다. 입구 한 켠의 연탄, 허름한 화장실, 슬레이트 지붕이 여타 음식점과 다르다. 내부에 자리한 테이블은 7개가 전부. 한 쪽 벽면에는 구준엽, 홍석천, 전노민, 나얼 등 이 곳을 찾은 연예인 사인으로 빼곡했다.

돼지갈비가 대표메뉴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슴슴한 맛이 난다. 전라도식 짭조름한 묵은지와 궁합이 좋다. 차돌박이, 제육볶음, 오삼불고기, 매운 갈비찜, 삼겹살도 판다. 10가지에 달하는 정갈한 밑반찬도 자랑거리다.

재개발 구역에 자리한 종점 숯불갈비는 그간 외부인보다는 동네 주민에게 알려진 맛집이었다. 낮에는 첫째 아들, 밤에는 둘째 아들이 운영한다. 이렇게 낮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불이 켜져 있다. 한 주민은 “언제든 부담 없이 찾는 동네 식당이었는데 저렇게 줄이 긴 것은 처음 본다”면서 “드라마가 전파를 타면 이제는 돼지갈비 맛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종점 숯불갈비 외관은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여준다. 식당 앞 한 켠에는 겨울에 사용하는 난방용 연탄이 쌓여있다. / 조현정 인턴기자
지난 2012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8년째 방영을 이어가는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 드라마다.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홀로 맛집을 찾아다니며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적한 골목, 눈에 띄지 않는 맛집에서 ‘혼밥’을 즐기는 컨셉이다. 한식은 다뤄졌지만 여태껏 한국에서 촬영한 적은 없었다.

앞서 배급사는 “한국에서 촬영을 한다면 어떤 메뉴를 추천하고 싶은가”는 설문을 했고, 드라마 팬들이 돼지갈비를 추천해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독한 미식가’ 한국 촬영 분량은 이달 말 혹은 6월 중 방영된다.

고독한 미식가 시즌 7 포스터/ 채널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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