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의 전쟁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던 ‘신생국’ 미국의 살림을 떠맡았던 이 사람

  • 디지털편집국 문화부
    입력 2018.05.10 06:00

    알렉산더 해밀턴
    론 처노 지음 | 서종민, 김지연 옮김 | 21세기북스 ㅣ1428쪽 | 6만원

    “동포들은 자유 시민이며, 압제적 정신의 기미가 아주 약간이라도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라. 그러므로 자네들은 (중략) 외견상의 오만이나 무례, 혹은 모욕을 자제해야 한다.”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업적을 빛내줄 번듯한 전기 한 권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그의 생애가 사후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재조명되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해밀턴’이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토니상 11개 부문 수상을 비롯해 그래미상, 퓰리처상, 에미상 등을 휩쓸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것. 공연하는 도시마다 예매 시작 24시간도 채 되기 전에 매진 사태가 이어지고, 온라인 대기자만도 10만 명이 넘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도 재임 시절 두 번이나 관람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체 미국인들은 왜 알렉산더 해밀턴에 열광하는 걸까?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미국 초대 재무장관, 뉴욕의 설계자, 미국 경제의 아버지, 현대 자본주의 미국을 만든 정치가로 평가된다. 그는 영국과의 전쟁으로 빚더미에 올라 있었던 신생국가의 살림을 떠맡아 예산제도와 조세제도 정비, 중앙은행 설립, 장기채 발행, 연안 경비대 창설 등 헌법 제정과 재무 구조의 기초를 놓았으며, 헌법 해설문 ‘연방주의자(The Federalist)’를 직접 집필하기도 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독립전쟁에 참전해 조지 워싱턴의 최측근 참모로 활약한 후 변호사가 됐고, 정계에 진출해 자수성가로 ‘건국의 아버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49세의 나이로 정적이었던 에런 버와의 결투에서 총에 맞아 숨지기까지, 토마스 제퍼슨과 더불어 워싱턴 내각을 이끄는 양대 축이자 강력한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연방주의자’로서 야심과 비전이 가득했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생애와 업적은 후대로부터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비즈니스 전기작가로 명성이 높은 론 처노는 해밀턴의 업적을 정리했다. 뮤지컬 ‘해밀턴’ 역시 그의 전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2만2000쪽에 달하는 편지, 일기, 법적·사업적 문서 등의 고증자료와 50여 편의 사설을 바탕으로 쓴 전기는 페이지만도 1400쪽이 넘는다. 저자는 “오늘날은 이미 오래전 미국의 자본주의 혁명을 예언했던 해밀턴의 삶을 재평가하기에 딱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해밀턴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서 당대로 간 전령이나 다름없으며, 현재의 우리는 그가 예견했던 무역과 산업, 증권거래, 은행들이 복잡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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