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파 경제 실험 1년, 세금잔치 말고 남은 게 뭔가

조선일보
입력 2018.05.09 03:19

본지가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체감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다. 49.4%는 작년보다 나빠졌다고 했다. 취업 시장이 좋아졌다는 사람은 10명 중 1명이고, 악화됐다는 응답은 절반이 넘었다.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의 성적표가 이렇다. 정부 통계도 다르지 않다. 세계 경기 호전과 반도체에 의존하는 수출 부문 말고는 대부분의 지표가 꺾이고 하락했다.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업 생산은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금융 위기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모처럼 찾아온 세계 경제 호황에 우리만 소외돼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2년 연속 3% 성장이 성과라고 한다.

'일자리 정부'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경제연구학회 학자들은 현 정부 최악의 정책으로 고용 정책(38.8%)을 꼽았다.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무리한 인상, 비정규직 강제 정규직화, 고용 유연성 정책 백지화,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등이 고용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일자리 정부가 일자리를 줄였다는 것이다. 친(親)노동으로 기울어 노동 개혁에 손을 못 대면서 산업구조 개편, 규제 개혁이 모두 헛바퀴를 돌게 되고 새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정치적 공격은 끊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검찰·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이 다 동원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의 결정을 번복해 수많은 선의의 투자자들을 패닉에 몰아넣었다. 이런데도 일자리가 늘어나면 그건 마술이다.

정부 경제 정책은 시장(市場)은 악(惡)이고, 좌파 정부는 선(善)하다는 독단 위에 서 있다. 국민 세금을 무분별하게 퍼붓는 것도 이런 독단의 일환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 지출과 비교한 정부 지출 비율이 31%를 넘어서 지난 35년 동안 가장 높았다. 정책 실패를 세금을 부어 메꾸기 시작하면 그 단맛에 중독된다. 세계 좌파 정부 대부분이 세금으로 잔치를 벌이다가 파국을 맞았다. 한국은 남미·남유럽과 다를 것이라고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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