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번째 야당 출범… 아베 좋은 일만 시키고 있다

입력 2018.05.08 03:01

희망·민진 '통합신당' 만들었지만 완전 통합 못 이루고 일부는 잔류

1년전 아베 '사학 스캔들' 터진 후 야당 합종연횡… 黨 3개 늘어나
잇단 분열에 야권 지지층 무너져 아베 지지율 떨어져도 타격 적어

7일 오후 일본 주요 야당 중 두 곳이 합쳐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정식 이름은 '국민민주당'이고 약칭은 '국민당'이다. 양당 의원 전원이 합류하지는 않았다. 합당을 주도해온 의원들이 7일 오후까지 계속 세력을 모았지만 "그냥 남겠다" "차라리 무소속이 되겠다"는 의원이 속출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신당 공동대표가 "정권 교체의 핵이 되는 정당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그가 몸담았던 희망의당에서도 "안 따라가고 남겠다"는 사람이 3분의 1에 달했다. 결국 기존 2개 정당은 그대로 남고, 새 정당이 하나 더 만들어졌다. 거대한 여당에 맞서 군소 야당이 난립하는 구도는 그대로인 채 야당 간판만 9개에서 10개로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야당 난립'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현재 국내 스캔들 세 건이 한꺼번에 터지고 외교 노선 논란까지 겹쳐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야당 분열이 심해 설사 아베 총리가 낙마한다 해도 자민당에서 다음 총리가 나오지 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것이다.

문제는 꼭 자민당이 잘해서 이런 구도가 굳어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야당이 자중지란을 벌인 측면이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여대야소'지만 지금처럼 야당 분열이 가속화된 건 작년부터다. 최근 1년 동안만 일본 야당은 7개에서 9개로, 다시 10개로 계속해서 더 잘게 쪼개졌다.

분열의 첫 고비는 작년 3월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이 터진 뒤였다. 국민 사이에 '아베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아베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고이케 지사가 자기 세력을 규합해 작년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했다. 이후 기세를 몰아 정식으로 '희망의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했다.

총선 초반엔 자민당 안에서도 "지는 건 확실하고, 얼마나 지느냐가 문제"란 비관론이 나왔다. 막상 유세가 시작되자 수세인 자민당은 똘똘 뭉치고 승세를 타던 야당이 되레 깨졌다. 제1야당 민진당이 사분오열 분열상을 보인 탓이 컸다. 고이케 지사가 만든 희망의당으로 합류한 파와 비합류한 파가 나뉘었고, 다시 비합류파 중에서 "그냥 남겠다"는 그룹과 "가기도 싫고 남기도 싫다. 차라리 뛰쳐나가 진성 야당을 만들겠다"는 그룹으로 또 나뉘었다.

투표함 뚜껑을 열자 아베가 이끄는 연립여당이 중의원 3분의 2를 휩쓸며 대승을 거뒀다. 여당을 비판하던 유권자들이 야당의 분열에 염증을 느껴 여당으로 돌아간 것이다. '벼락 스타'로 떠오른 고이케 지사가 "(오는 사람 다 받지 않고) 이념이 안 맞는 사람은 배제하겠다"고 말한 것도 야당 표를 갉아먹었다. 아베 총리가 싫어서 고이케를 찍으려 했던 유권자들이 "고이케는 더 교만하다"며 발길을 돌렸다.

야권에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한 게 '국민당 창당 작업'이었다. 총선 후 야권에서 "이러지 말고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분열 과정에서 맺힌 게 많아 도로 뭉치는 게 쉽지 않았다. 희망의당과 민진당 잔류파가 수개월간 협상 끝에 국민당 창당을 결정했지만, 이 두 정당 소속 의원 중에서도 열에 여섯만 따라가고 나머지는 남거나 무소속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일본 야당이 얼마나 약해졌는지 보여주는 게 야당 하나하나의 덩치다. 현재 일본 제1야당은 지난 총선 때 탄생한 입헌민주당(중·참의원 총 63석)이다. 야당 중에 단연 크지만 연립 여당(461석)과 비교하면 7분의 1이다. 나머지는 더 작기 때문에 모든 야당을 다 합쳐야 연립 여당의 '절반'을 겨우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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