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뉴스] 참가비도 안내고 레이스? 마라톤 '뻐꾸기族' 눈살

조선일보
  • 김은경 기자
    입력 2018.05.08 03:01

    마라톤 동호인 한택준(37)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대규모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가 여러 번 눈살을 찌푸렸다. 참가비를 내지 않고 레이스에 참여하는 일명 '뻐꾸기 주자'들 때문이다. 뻐꾸기는 다른 새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도망가는 습성 탓에 '무임승차'의 대명사로 통한다.

    마라톤 뻐꾸기들은 정식 등록자가 부여받는 참가번호를 등이나 배에 달지 못해 쉽게 식별이 가능하다. 한씨는 "참가비를 내지 않고서도 주최 측이 마련한 식수를 마시고, 행사 카메라를 향해 당당히 '브이(V)' 자를 짓는 이가 많다"면서 "뻔뻔하게 이득만 챙기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봄철 잇따르는 마라톤 행사에 뻐꾸기 주자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뻐꾸기 참가자들이 유명 대회가 끝난 직후마다 자랑하듯 올린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달리기 애호가들은 뻐꾸기들이 의욕적인 참가자들의 진로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회 주최 측은 주로(走路) 사정에 맞게 적정 참가자를 제한해놓는데, 얌체 참가자들이 끼면서 코스가 지나치게 붐빈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대규모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김연지(28)씨는 "한 뻐꾸기 주자가 누구를 찾는 듯이 자꾸 멈춰 뒤를 돌아보는 통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마라톤 경력 2년인 이지민(26)씨는 "대회마다 적어도 10~20명의 뻐꾸기 주자를 늘 봐왔다"며 "기록에 별 관심이 없는 뻐꾸기 주자들 때문에 페이스를 놓치거나 의욕이 꺾일 때가 많다"고 했다.

    뻐꾸기가 '몰래' 참가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다른 대회에서 썼던 참가번호를 붙이고 뛰거나 코스 중간에 슬며시 끼어들기도 한다. 뻐꾸기 주자들의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풀코스 대회에서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등번호 표에 참가자의 비상 연락처를 적어둔다. 대회에 등록하지 않고 뛰면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박종현 전국마라톤협회 본부장은 "일본만 해도 뻐꾸기 주자가 전혀 없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뻐꾸기 참가자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며 "건강한 마라톤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