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 오현 등단 50주년 '무산 오현 禪詩' 출간

입력 2018.05.08 03:01

문인 20여 명 헌정시·시인론도

선불교에 뿌리 둔 시조 미학을 일궈온 무산스님.
선불교에 뿌리 둔 시조 미학을 일궈온 무산스님. /조선일보 DB
신흥사 조실 설악무산(雪嶽霧山) 스님은 시조(時調) 시인 조오현이기도 하다. 1968년 '시조문학' 추천을 받은 뒤 선시(禪詩)와 현대 시조를 결합한 시학(詩學)을 개척해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 문학상을 받았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아 문집 '무산 오현 선시'(문학나무)가 나왔다. 선(禪)을 노래한 무산 스님의 대표작 33편을 비롯해 평소 '시인 조오현'을 높이 평가해 온 문인 20여 명이 헌정한 인물시(詩)와 시인론으로 꾸며졌다.

'벽암록'에 화두로 사용된'그림자 없는 나무'를 담은 시조 '된바람의 말'이 대표작 중 하나로 실렸다. '서울 인사동 사거리/ 한 그루 키 큰 무영수(無影樹)/ 뿌리는 밤하늘로/ 가지들은 땅으로 뻗었다/ 오로지 떡잎 하나로/ 우주를 다 덮고 있다.' 오세영 시인은 "그림자가 없다는 말은 그 그림자를 드리우는 실체가 없다는 말"이라며 "그런데도 분명 나무는 실재한다 하니, 존재는 있으면서도 없는 것 혹은 없으면서도 있는 것"이라 풀이했다. '무영수'를 통해 승려와 시인이 겹친 존재의 초상을 떠올렸다.

조오현은 '무금 선원에 앉아/ 내가 나를 바라보니/ 기는 벌레 한 마리/ 몸을 폈다 오그렸다가'라며 자신을 벌레에 비유하거나 '우리 절 밭두렁에/ 벼락 맞은 대추나무/ 무슨 죄가 많을까/ 벼락 맞을 놈은 난데'라며 스스로 비하(卑下)하길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신달자 시인은 시 '조오현 스님'을 통해 "낙승(落僧)이라 하시었습니까/ 네네 낙승이십니다/ 떨어지지 않은 승(僧)이 승(僧)이겠습니까"라면서 "부실한 인간들의 틈을 메워 주셨습니다/ 네네 낙승이십니다/ 낙승이 곧 비승(飛僧)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고 노래했다. 이지엽 시인은 "손 휘휘 저으시며 다 쓰잘 데 없는 일이야/ 물그림자 남기며 무산 스님 휘젓는 손사랫질"이라며 시인의 몸짓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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