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에 알루미늄 덮개 붙어… 만들 때부터 '재활용 불능'

조선일보
  • 허상우 기자
    입력 2018.05.07 03:00

    [환경이 생명입니다] 재활용 안되는 재활용 쓰레기

    - 편의점 상품 4000여개 살펴보니
    공업용 접착제로 라벨 붙이고 맥주 페트병엔 나일론 섞어
    재활용 쉬운 페트병 2% 안 돼… 형형색색에 복합 재질 수두룩
    "성분 골라내는 추가 공정 필요, 차라리 폐기하는 게 경제적"

    싱글족 직장인 이수현(여·30)씨는 매주 금요일 퇴근길에 동네 편의점에 들러 주말용 식료품을 구매한다. 갈색 페트병에 든 맥주와 탄산수, 즉석 밥 등이다. 이씨는 "혼자 먹고 마시는 것들이어서 소포장 물건을 많이 사게 된다"면서도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만 종류별로 잘 분류해서 버리니 재활용이 잘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착각이다. 이씨가 주로 구매하는 물품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어려워 소각이나 매립 처리되기 때문이다.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에 따르면 국내 생산된 페트병 중 재활용이 쉬운 제품은 전체의 1.8%(2015년 기준)에 불과하다. 한 해 출고된 페트병 15만6401t 중 환경부가 '재활용 용이'로 분류한 1등급 제품은 2744t(1.75%)이었다. 반면 2등급(재활용 어려움)은 86.6%, 3등급(재활용 불가)도 9.79%로 1등급의 다섯 배가 넘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 이곳에 진열된 4000여개 상품에는 대부분 '재활용 마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 중에 양질의 재활용품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주로 솜이나 실로 재활용되는 페트의 경우 다양한 재질과 색깔이 걸림돌이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유색 페트병을 재활용하려면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과정이 한 번 더 추가된다. 여기에 인력과 시간, 비용이 더 들어 사실상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맥주병용 갈색 페트병은 페트 사이에 나일론을 넣은 3중 구조여서 특히 분리가 어렵다. 시장에서는 '원천적으로 재활용 불가 제품'으로 분류한다.

    페트병 라벨 재질이 몸체와 다른 것도 문제다.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PS(폴리스티렌) 등으로 다양하다. 세부 재질별로 녹는 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플라스틱이어도 재활용을 하려면 일일이 떼어내 따로 분류해야 한다. 라벨 접착제도 페트병을 다시 녹이거나 분쇄하는 공정에 섞여 들어가면 재활용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래저래 페트병 재활용이 어려운 구조다.

    출고량 기준 재활용 가능 포장재 현황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휴대용 커피·주스 제품도 재활용을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컵과 뚜껑, 빨대 등이 모두 다른 재질로 돼 있고, 요구르트병처럼 뚜껑이 알루미늄 재질로 된 경우도 많다. 전부 분리해야 재활용이 가능한데 뚜껑을 벗겨 내도 이번엔 알루미늄 조각들이 접합 부분에 그대로 남는다. 플라스틱 가공업체 관계자는 "애초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이 너무 많다. 색깔과 재질만 통일해도 재활용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고 했다.

    플라스틱 용기 중 '아더(OTHER)' 표시 재질은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복합 재질이란 뜻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소비량이 급증한 즉석밥 용기가 대표적이다. 일부 브랜드의 커피·주스컵 중에도 '아더'가 많다. 수도권 A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같은 '아더' 제품이라도 어떤 재질로 제조됐는지 알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재활용 분류가 사실상 불가능해 '아더' 제품들은 모아서 쓰레기로 버린다"고 했다. 과자·라면 봉지 역시 대부분 '아더' 재질이다. 이런 비닐·필름류를 애써 분리 배출해도 결국은 소각이나 매립 처리된다. 재활용 선별 업체 관계자들은 "그런 비닐을 재활용한다고 해봐야 품질이 떨어지는 고형 연료가 된다"며 "처음부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게 경제적"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김정훈·김효인·이동휘·손호영·권선미·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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