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스티로폼 한데 몰아 압착… 지자체 수거차량도 엉터리 배달

입력 2018.05.07 03:00

[환경이 생명입니다] 재활용 안되는 재활용 쓰레기

성질 다른 제품 섞여 대부분 소각
환경부, 10년 넘도록 개선 않다가 최근에야 "압착차량 사용제한"

전국에서 매일 1만4100t 넘게 배출되는 재활용품이 막상 현장에서는 재활용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자체 수거차량 때문이다. 상당수 지자체가 사용하는 '압착차량'이 유리병·플라스틱·종이 등이 섞여 있는 재활용품을 한꺼번에 압착하는 바람에 병이 깨지는 등 재활용품 선별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런 문제점이 10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서울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6개 구는 현재 폐기물 수거에 압착차량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착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14개 구청 중에서도 "올해 중 압착차량을 신규 도입할 예정"이라는 곳도 있다. 5개 구청은 사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압착차량은 수거한 재활용품 종류에 상관없이 물건을 납작하게 만들어 운반하는 차량을 말한다. 폐기물 운반에 사용될 경우 유리병·플라스틱·스티로폼 등을 한데 밀어 넣기 때문에 성질이나 재질이 다른 재활용 폐기물들이 서로 달라붙게 된다. 수도권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 관계자는 "재활용품이 압착차량에 실려오면 대부분 못 쓴다고 보면 된다"면서 "쓰레기로 분류해 소각이나 매립장으로 보낸다"고 했다.

"압착차량을 12대 사용하고 있다"는 한 구청 관계자는 "언덕과 좁은 길이 많아 폐기물 수거 여건이 나쁜 주택가에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청소 차량 적재함이 밀폐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2016년 생기면서 여기에 맞춰 압착차량을 구매해 사용 중"이라며 "압착차량을 사용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수거 방식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압착차량 또한 언급되지 않는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활용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도 과도한 압축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환경부는 지난 2015년 폐기물 수집 운반차량 선진화 공모전을 실시해 고밀도로 쓰레기를 압착·적재할 수 있는 차량에 최우수상을 주기도 했다.

환경부는 뒤늦게 개선 조치에 나섰다. 최근 현장조사를 실시한 뒤 "압착차량으로 인해 병 파손, 이물질 혼입, 음식물 유입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재활용품이 서로 섞여 분리·배출이 곤란하므로 재활용품을 수거할 때 압착차량 사용을 제한하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김정훈·김효인·이동휘·손호영·권선미·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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