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러버덕·마르크스 와인… 자본주의 첨병된 공산주의 창시자

조선일보
  • 정지섭 기자
    입력 2018.05.07 03:00

    올해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獨고향마을서 관광 상품 쏟아내

    손에 ‘자본론’ 든 마르크스 러버덕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고향인 독일 트리어에서 팔고 있는 오리 인형 ‘마르크스 러버덕’.
    손에 ‘자본론’ 든 마르크스 러버덕 - 카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고향인 독일 트리어에서 팔고 있는 오리 인형 ‘마르크스 러버덕’. /SWR라디오
    백발 성성한 노란색 오리가 한쪽 날갯죽지엔 깃털 펜을, 다른 쪽에는 '자본론(Das Kapital)'이라고 쓰인 두툼한 책을 끼고 있다.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에 있는 인구 12만명 도시 트리어의 상점에 등장한 '카를 마르크스 러버덕'이다. 노란색 고무 오리 장난감인 러버덕의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특별판'으로 개당 가격은 2.95유로(약 3800원)다. 이곳 상점들은 '마르크스 오리' 말고도 그의 얼굴이 그려진 백팩, 마우스패드, 마르크스 흉상 모양으로 만든 저금통 등을 진열대에 내놓았다. 트리어의 식료품점에 가면 '마르크스 빵', 마르크스 얼굴 선 모양으로 빵을 구워낼 수 있는 '마르크스 빵틀' '마르크스 와인' '마르크스 초콜릿' 등을 살 수 있다.

    트리어는 마르크스가 1818년 태어나 열일곱 살에 본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살았던 곳이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중국·쿠바 등 사회주의 정권이 아직도 군림하고 있는 나라들이 기념식과 심포지엄 등 장엄한 행사를 치르는 동안 고향 트리어에선 '마르크스 그랜드 세일'이 한창이다. 트리어는 고대 로마 유적지를 끼고 있어 관광산업 비중이 높다.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은 시(市) 재정과 직결되는 관광 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찬스다. 시 당국자들과 관광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르크스를 내세운 각종 관광 상품과 볼거리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3월 마르크스의 생가 부근 등 도심 두 곳에 등장한 '마르크스 보행자 신호등'이다. 만화 캐릭터 같은 삼등신의 마르크스 캐릭터가 빨간불일 때는 그 자리에 서서 두 팔을 양옆으로 뻗어 보행자를 막고, 녹색 불이 들어오면 책을 낀 채 걷는다. 볼프람 리베 트리어 시장은 신호등 점등식 축사에서 "트리어와 마르크스의 긴밀한 인연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상징물"이라고 말했다.

    트리어 도심에선 마르크스를 테마로 한 답사 프로그램들도 운영 중이다. 그가 살던 집과 학교 등을 둘러보는 '마르크스의 발자취를 따라서', 마르크스의 애주가로서의 행적을 따라가는 '와인은 어떻게 공산주의자 마르크스를 변모시켰나', 생가 답사 등에다 코스 요리 식사까지 곁들인 '마르크스가 한턱 쏩니다' 등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리어시의 '마르크스 마케팅'을 소개하면서 "공산당 선언의 공동 집필자인 마르크스는 자신의 200번째 생일이 자본주의자들에게 착취당하는 상황이 썩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0주년 탄생일 당일인 5일(현지 시각) 트리어에서는 높이 5.5m짜리 마르크스 청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중국의 유명 조각가 우웨이산이 제작했으며 중국 정부가 기증한 것이다. 제막식에서는 독일 공산당원들의 환호와, 티베트 독립지원단체 및 국제인권단체들의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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