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성추행 의혹으로 제출했던 국회의원직 사직서를 두 달 만에 거둬들였다. 민 의원은 4일 "당과 유권자의 뜻에 따라 사직을 철회하고 의정 활동에 헌신하겠다"며 "두 달 치 세비는 전액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민 의원이 의원직 사퇴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3월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이 10년 전 자신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직후였다. 당시는 '미투(Me Too)' 불길이 정치권으로 번진 때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 등의 성추문이 잇달아 불거졌다. 민 의원은 곧바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표를 낸 덕분에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있었다.
민 의원은 두 달 전 "폭로 내용은 내가 기억하는 사실과 다르다"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 의원은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이었다"고 했었다. 민 의원은 "(국회로) 돌아올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가족들도 "(사퇴는) 자신의 엄격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거들었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 부인(否認)과 변명부터 하고 보는 세태에 비춰 볼 때 민 의원의 결벽증적인 대응 방식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그의 성추행 의혹은 이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제 와서 사퇴를 번복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건 '당과 유권자의 뜻'이라는 복귀 명분은 정치인들이 자기 신념과 행동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토록 강경했던 사퇴 의사를 주변 뜻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태도를 보니 두 달 전 사직서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꼼수였던 모양이다.
입력 2018.05.0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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