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주말 두 차례에 걸쳐 "미·북 정상회담 시간과 장소 결정을 마쳤다. 이제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북 정상회담은 6월 8, 9일 캐나다 G7 정상회담 직후 6월 셋째 주쯤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북 담판을 앞둔 한·미 간 마지막 조율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2일 워싱턴에서 만난다.

북핵 담판 일정표가 확정된 것은 미·북 간 준비 접촉을 통해 협상 타결이 가능할 정도로 양자 간 입장차가 좁혀졌다는 뜻이다. 북한을 접촉해 온 한·미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 협상을 핑계 삼아 시간을 벌면서 제재를 피하고 대가를 챙기는 종전의 수법을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도 처음 우리가 걱정했던 것처럼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해서 미 본토의 위협만 제거한 상태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겠다는 자세는 아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 비핵화 기준을 당초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에다 영구적인(permanent)이라는 조건을 더해 PVID로 보다 엄격하게 바꾸겠다고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북핵 협상이 지금 흐름대로 이어져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게 된다면 5100만 우리 국민은 지난 25년 동안 짓눌려 왔던 핵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다. 북한이 핵을 내려놓고 국제사회에 정상 국가로 복귀하면 2400만 북한 주민들도 잘 먹고 잘사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한반도와 7500만 한민족 전체가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 정말 잘하고 있다. 정말 잘하고 있다"(4일 연설)고 스스로 자랑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비무장지대에서 딜을 해서(거래를 성사시켜) 노벨상을 받는' 판타지(공상)를 꿈꿔 왔다는데 그것이 성큼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절대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던 것이 성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이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적지에 이미 도달한 것처럼 낙관할 만한 상황도 결코 아니다. 미국 측 6자 회담 수석 대표로서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과 5분만 협상해본 사람이라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이 국제사회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을 내려놓지 않고 버틴 것은 핵 없이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북 특유의 체제 여건 때문이었고, 그 여건은 그대로 김정은을 둘러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북핵 폐기와 북핵 폐기를 확인할 방법에 대해서까지 합의하고 서명하고 악수해야 그때에야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을 떼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