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날리는 것까지 김정은 눈치 보나"

입력 2018.05.05 03:02

北인권단체, 정부 단속 방침에 "표현의 자유 침해" 강력 반발

비공개 살포는 처벌 규정 없어
"접경지역 불안·南南갈등 유발… 보여주기식 살포 지양해야" 의견도

정부가 4일 '판문점 선언'을 근거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북한 인권활동가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남북 정상 간 '선언'도 존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인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보여주기식 살포'보다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유입시킨다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밝힌 민간 대북 전단 단속의 법적 근거
정부의 '대북 전단 단속'은 당장 5일 전단 살포를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박상학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북한자유주간 폐막 행사로 이미 예고했던 행사를 정부가 '입장문'까지 내면서 막아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김정은 눈치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날 발표한 '정부 입장'에서 '대북 전단 살포는 판문점 선언의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접경 지역 주민의 신변 안전과 사회적 갈등 방지를 위해서도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근거로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은 시민의 안전이 위험한 경우 경찰이 억류·피난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북 전단 살포가 예고된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100여 명이 반대 집회를 신청해 충돌할 우려가 있고, 북한이 고사총으로 공격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경찰 200여 명을 투입해 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 단체가 비공개로 대북 전단을 살포하고 '찬반 충돌' 우려도 없을 경우,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과거 정부들은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 자체는 표현의 자유여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법원도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2015년 경기 북부 지역 상인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낸 가처분소송을 기각했다. 보수 정부 때도 북한 인권 단체에 자제를 요청하거나 실제 주민들과 충돌이 예상될 경우 경찰이 나섰다.

이날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이라는 표현을 쓰며 '단호한 대처'를 언급했다. 향후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대북 인권 단체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아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면 대북 전단 살포가 불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다음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재개를 허용하려고 해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4년 11월 동료 의원들과 함께 '대북 전단 중단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2003년부터 대북 전단을 보내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은 "북한 정권의 감시를 피해 북한 동포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데 풍선만 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도 북한인권법을 통해 라디오, USB(저장 매체)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는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해 접경 지역 주민들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활동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민복 단장은 "풍선을 보내겠다고 예고하고 반대 단체를 불러들여 충돌하는 방식은 자제되어야 한다"며 "다만 정부가 비공개로 전단을 보내는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표현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적 헌법 가치를 넘어선 월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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