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아니다" 진화에도… 꺼지지 않는 주한미군 불씨

입력 2018.05.05 03:02

['판문점 선언' 이후]

盧정부 때도 미군 감축 비밀논의
韓美정부, 한동안 "사실무근" 부인

일각 "방위비 분담 압박용" 분석도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과 보도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미국 정부가 향후 미·북 간 비핵화 논의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협상 카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측 분담금을 크게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 명령을 내렸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양국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극비에 논의한 적이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북 회담에선 논의 안한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에 대해 "한·미 간에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전혀 없다"고 서둘러 진화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발언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볼 때 예사롭게 넘기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달 27일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먼저 동맹과의 협상은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논의할 이슈의 일부"라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미·북 사이에 논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한미군 감축’논란이 있었던 4일 오후 경기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상공을 미군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논란이 있었던 4일 오후 경기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상공을 미군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남강호 기자
외교 소식통은 "협상용 엄포를 자주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매티스 장관은 매우 신중한 발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며 "그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미 국방부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현재로서는 그저 과정을 밟아서 협상을 해나가야 하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전제나 추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여기에 미국 대표 신문인 뉴욕타임스가 후속 보도를 하면서 의문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남·북·미가 주한미군 철수·감축 입장에 지금처럼 근접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미·북 사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로 오르면, 한·미 간에도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6월 당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청와대를 방문해 김희상 국방보좌관, 반기문 외교보좌관에게 주한미군 3만7500명 중 1만2500명을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정부는 파장을 우려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한동안 극비에 부쳤다. 국내외에서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가 이어졌지만 양국 정부는 한동안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었다.

◇방위비 분담금 압박용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비용 문제를 자주 언급해 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를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유럽은 물론 한·일 양국에도 미군 주둔 비용을 전액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취임 후에는 주한미군의 사드 비용(1조원)을 한국이 부담하라는 주장을 폈다.

지난 3월 시작된 '2019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한·미 양국은 미군 전략자산 출동 비용 부담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미측은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2차 회의에서 처음으로 15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매년 주한미군 주둔 비용(약 2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9602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미측은 최소 1.5배 이상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천영우 전 수석은 "몇천억달러짜리 게임판이 벌어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감축 카드를 몇천억원짜리 방위비 분담금용으로 쓰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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