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독일군의 봉쇄를 뚫고 교향곡이 울려퍼지다

입력 2018.05.05 03:02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M T 앤더슨 지음|장호연 옮김|돌베개|546쪽|2만2000원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아이즈 와이드 셧' 등의 배경음악으로 익숙한 옛 소련 작곡가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2번 왈츠'는 감미롭고 아름답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은 아니다. 쇼스타코비치는 15곡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이 중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그의 삶을 대표하는 작품은 웅장한 피날레가 특징인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다. 그는 이 작품을 2차 세계대전 당시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치 독일과 맞서 싸우던 시민들에게 바쳤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 소련을 침공한 독일은 872일간 이 도시를 봉쇄했고 그로 인해 100만명 넘는 시민이 굶어 죽었다. 쇼스타코비치도 굶주림을 피하지 못했지만 교향곡 7번을 만들기 위해 살아남아야 했다. 저자 앤더슨은 쇼스타코비치가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도시를 탈출해 모스크바와 쿠이비셰프로 옮겨다니며 작곡에 매달린 끝에 1942년 8월 9일 레닌그라드에서 연주하게 되기까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봉쇄를 뚫고 비행기로 공수된 악보를 본 연주자들은 절망했다고 한다. 100명 넘는 악단이 필요한 대곡이었는데 연주 당시 레닌그라드 라디오교향악단 대부분이 굶어 죽어 15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빈자리를 시민들과 이 도시를 수비하던 군인들이 대신했다. 그날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교향곡 7번을 감상했다고 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겪은' 교향곡"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타임지는 공습으로 불타는 레닌그라드에서 소방관 복장을 한 쇼스타코비치의 얼굴을 표지 사진으로 써서 그의 7번 교향곡 완성을 축하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