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의 세계의 골목] 딱 한 곳만 여행할 수 있다면 여기

  • 변종모 여행작가
    입력 2018.05.14 06:00 | 수정 2018.05.14 08:16

    앉은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자리가 되는 곳, 포르투갈 포루투
    해리포터 서점부터 맥도널드까지, 평범한 모든 것이 특별한 도시

    동루이스 1세 다리에서 바라본 포르투./변종모
    “꼭 일주일만 여행해야 한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말은 시간은 많지 않으나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들렸다. 자신의 나이보다도 더 많은 분량의 일에 파묻혀 항상 피곤함을 달고 사는 이유로, 함부로 약속을 잡기도 미안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먼저 떠오른 곳이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였다. 사실 거리상으로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유럽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 포르투갈. 도시 자체가 아름다운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어느 골목을 걷더라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그녀와 비슷한 사람들의 삶을 잠시라도 살아보고 오라 하고 싶었다.

    ◇ 구스타포 에펠의 제자가 설계한 동루이스 1세 다리

    2천 년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고 오롯이 걸음마다 남아 있는 포르투는 언덕의 도시다. 수많은 언덕과 언덕의 굴곡을 그대로 받아들인 순한 건물들과 거리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여겨지는 곳. 하나의 언덕과 하나의 골목마다 다른 색깔의 노을이지는 곳. 바다와 강이 만나 항구가 되고, 부드러운 사계절이 있어 언제 가더라도 좋을 곳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면 하루에도 가능한 그런 곳에서 일주일이라면 누구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단연 동루이스 1세 다리다. 도시를 크게 끼고 도는 다로강(Rio Douro)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이 다리는 에펠탑을 연상케 한다.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보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라보는 다로강가의 오래된 도시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사이사이로 이어지는 아스라한 골목들을 살피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하다. 나는 다로강 위에 걸쳐진 이 거대한 다리에 올랐다가 하루를 온통 강가를 배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나 아닌 누구나 그럴 것으로 믿는다.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보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이리그에 의해 설계된 동루이스 1세 다리./변종모
    다리의 남쪽 끝으로 내려오면 유명한 포투와이너리가 밀접한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역이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거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대부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저렴하게 추천받을 수 있는 와인 한 잔이 다로강가의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혹자는 포투 와인 때문에 이곳에 머물며 매일매일 와인 투어를 하는 사람까지 있을 지경이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와이너리 투어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가 있는 곳

    둘째 날부터는 그야말로 걷는 일이 전부여야 한다. 알고 걸어도 좋고 모르고 걸어도 상관없지만 시작은 상 벤투 중앙역이다. 수도원이었던 이 건물 내부에는 포르투 역사를 화려한 아줄레주 장식으로 꾸몄는데 타일에 정교하게 표현된 거대함에 압도된다. 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과한 장식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정교한 표현들이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역 안에서 결혼 기념사진을 찍는 여러 커플을 만나기도 할 만큼 인기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아줄레주 장식이 돋보이는 상벤토 중앙역./변종모
    역을 빠져 나와서 가장 큰 중심가인 도스 알리아도스(Av. Dos Aliados) 대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를 만난다. 이 흔하고 흔한 프랜차이즈는 여기서 만큼은 각별하고 심지어 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같은 값의 패스트푸드를 이곳에서 만나니 지금까지 내가 지불한 돈들이 어찌나 아깝게 느껴지던지. 아무것도 아닌 것들마저 특별하게 여겨지는 거리를 만난다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패스트푸드처럼 흔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시장도 있다. 시청 앞 골목에 자리 잡은 볼량시장(Mercado do Bolhao)은 100년이 넘은 곳이다. 아트리움 구조의 우아함이 있는 2층 건물은 화려하지 않아서 편하고 복잡해서 살갑다. 시장 어귀 꽃집에서 꽃 한 송이라도 사서 숙소의 창가에 꽂아두는 날이면, 당신은 이곳을 떠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 해리포터 서점이 된 동네 서점… 평범한 모든 것이 특별한 도시

    오래된 골목으로 이어진 언덕들과 언덕들을 공룡처럼 덜거덕거리며 기어 다니는 트램을 따라 걷다 보면 점점 더 살고 싶어지는 거리.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아름다운 서점 이르마우(Livraria Lello & Irmao)는 1906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보존이 잘 되어 놀랍지만, 이곳에선 그냥 동네서점 같은 곳이다. 오색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영롱함에 빠져, 책보다는 우아하게 디자인된 실내장식들을 살피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다. 이 밖에도 모든 평범한 것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 골목마다 이어진다.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고풍스러운 이루마우 서점./변종모
    포르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언덕에 세워진 대성당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과 동루이스 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강가 카페의 거리.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사람들까지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귀한 풍경이 되는 곳. 큰마음 먹고 하는 외출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라는 점이 그저 부러웠다.

    화려한 장식의 기차역을 통해 출퇴근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패스트푸드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며, 백 년이 넘은 서점에서 오후를 즐기며 골목골목마다 버릴 수 없는 감정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사람들. 그것을 느낄 때쯤이면 곧 떠나야할 당신도 잠시 살아본 것은 아닐까 착각할 만큼 부담 없는 도시. 강이 있어서 강을 즐기고 언덕이 있어 언덕을 즐길 뿐, 어디든 앉은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자리가 되던 일상. 이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즐기며 산다는 것이다.

    사실, 여행은 시간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 여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 여러분도 이곳에 다녀왔으면 좋겠다.

    밤이 오는 다로강변의 아름다운 집과 카페들./변종모
    PS 풍경에 취했다면 와인에 취할 차례

    포르투에 도착한다면 꼭 한 번은 경험 해봐야 할 포트 와인. 영국인들은 이곳 포도의 산미를 줄이고 브랜디를 첨가해 숙성시켰다. 포트 와인은 달콤하고 진한 풍미 때문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 카페를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아주 저렴한 와인부터 빈티지 100년을 훌쩍 넘기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 다양함을 한 번에 즐길 방법은 와인투어를 하는 방법이다.

    1880년에 오픈한 와인 박물관과 매장을 겸하는 하무스 핀투(Ramos Pinto)는 Jardim do Morro역(주소: Avenida Romos Pinto, 380 전화: 223-707-000)에서 가깝다. 가장 오래된 와인 회사 크로프트(Croft)는 1588년에 세워진 회사로 15분 동안 무료 투어까지 가능하다. General Torres 역 근처(주소: Rua Barao de Forrester, 412 전화: 223-742-800)에서 가까운 거리다. 이 밖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와이너리가 많은데 현지 카페나 숙소에 문의하면 더욱 다양한 포트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포르투는 작은 도시라 걸어 다녀도 충분하지만 낡은 트램을 타고 도시 외곽으로 이어진 해안을 즐기는 방법 또한 꼭 추천하고 싶다. 구시가에서 18번 트램을 타고 종점에 내려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각종 해양 스포츠와 해안으로 펼쳐진 식당에서 만나는 해산물은 기대해도 좋다.


    ◆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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