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삭제, 자유 뺀 민주주의… 둘 다 위헌"

조선일보
  • 김연주 기자
    입력 2018.05.04 03:00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논란]

    헌법학자 장영수 고려대 교수 "국민 오도, 심각한 문제다"

    자유 뺀 민주주의 - 文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자유 포함… 교과서선 왜 빼려하나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 大法·憲裁, 남북이 유엔 동시가입한 뒤에도 '북한=불법집단' 판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본지 인터뷰에서“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서술이 빠지고‘, 자유민주주의’에서‘자유’가삭제되는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발표한 새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안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빠지고,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논쟁을 떠나 두 가지 모두 헌법에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국민들을 오도(誤導)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이 '민주주의'로 바뀐 것은 왜 헌법에 위배되나.

    "일부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추구하고, 민주주의 속에 자유가 포함돼 있으니 굳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한다. 문구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용어가 사용된 맥락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스스로 '인민민주주의'라고 말하는데, 그들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다르다. 북한의 인민민주주의와 구별하기 위해 우리는 헌법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헌법 제4조는 우리가 통일을 하더라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우 큰 오해고 오류다."

    -왜 오해인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다양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상 민주주의는 그럴 수 없다. 헌법은 합법 여부를 분명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북한식 민주주의는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론적으로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이다. 개헌안에서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적절치 않고 옳지 않다고 해 결국 대통령 발의안에 '자유'가 들어가지 않았나. 그런데 교과서에서 왜 이 부분을 빼려고 하는가."

    헌법 조항 외
    /연합뉴스
    -교과서 집필 기준 최종안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표현도 빠졌는데.

    "제헌 헌법부터 이어오는 제3조 영토 조항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북한은 불법 집단이고,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제헌헌법을 만든 유진오 박사도 해당 조항의 취지를 그렇게 설명했다. 결국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헌법 3조라는 명문의 조항을 그대로 놔둔 채 '북한도 합법 정부'라고 하는 것은 위헌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평가원은 "남한과 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고 집필 기준에 명시하면 시비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3조에 대해선 우리나라 최고 유권 해석 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남북 관계는 과거 동독과 서독처럼 이중적 관계다. 한편으로는 통일을 지향하지만, 또 한편으론 적대적 대립이 여전히 존재하는 특수 관계'라고 했다.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국가보안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는 점만으로 북한이 불법 집단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는 게 대법원 판례다. 그런 부분이 전제돼야만 탈북자 문제도 설명이 된다. 헌법 3조에 따라서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표현을 빼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권에 따라 역사 교과서 내용이 계속 바뀐다.

    "역사는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일본 역사 교과서가 왜곡됐다고 하면서,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쪽저쪽으로 바뀌는 것이 정상인가. 역사 교육 내용이 정치적 색채를 갖는 것은 곤란하다. 이것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문제다. 헌법에서 위헌이라고 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무슨 제대로 된 교육인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