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이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석방하는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지난 정부는 북한의 노동교화소에 있는 3명의 억류자를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 왔지만 소용없었다"며 "계속 주목해 달라(Stay tuned!)"고 했다. 방송에서 '채널 고정'을 뜻하는 'Stay tuned'란 말을 쓰면서 미 대통령이 직접 미국인 3명의 송환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고조시킨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법무팀에 합류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3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김정은을 충분히 이해시켜 3명의 억류된 미국인이 '오늘' 풀려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미국 협상팀이 직접 억류자 3명을 인도받아 나올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도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관계기관이 노동교화소에 수감 중이던 억류 미국인 3명을 평양 외곽의 호텔로 옮겼다"며 "석방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 CNN방송도 이날 미·북 간 협상에 관여 중인 당국자를 인용해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3월 중순 스웨덴 방문 중 억류자 석방을 제안했고, 미국 측은 "비핵화 문제와 연계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현재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은 모두 한국계다. 미주북한선교회 소속 선교사였던 김동철씨는 2015년 10월 북한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한국을 위한 간첩 행위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이름이 '토니 김'인 김상덕씨는 평양과학기술대의 회계학 초빙교수로 북한에 머물다가 작년 4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체포됐다.
작년 5월 북한에 억류된 김학송씨도 평양과기대에서 농업기술 보급 활동을 마치고 중국 단둥의 집으로 돌아가려다 평양역에서 '반공화국 적대혐의'로 체포됐다.
미국인 억류자 문제는 미국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작년 6월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가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직후 숨졌을 때는 북한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다. 반대로 이번 미·북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를 전격 석방한다면 미국 내 여론이 호의적으로 변할 수 있다. 한·미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북 정상회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억류자 3명을 인도받는 극적인 이벤트가 연출될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어떤 형식이든 억류자 석방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국민 6명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이들의 석방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되는 것이 없다"며 "비핵화라는 큰 꼭지가 있으니 그게 해결되면 실무선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