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소각장, 부천 예술벙커 됐다

입력 2018.05.04 03:00

2010년 폐쇄된 삼정동 소각장에 3100㎡ 규모 '아트벙커 B39' 개관
혐오시설 오명 벗고 시민 품으로

경기 부천시 삼정동 소각장은 지역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1997년 환경부 조사 결과 소각로의 다이옥신 농도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격분한 주민들은 하루 200t의 쓰레기를 처리하던 소각장 폐쇄를 강하게 요구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는 잇따라 운영 중단 촉구 성명서를 냈다. 결국 소각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부천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강력한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시민의 따가운 눈총 속에 운영하던 삼정동 소각장은 다른 지역에 친환경 소각장이 들어서면서 2010년 폐쇄됐다.

아트벙커의 1층 멀티미디어홀
경기도 부천에 있던 삼정동 소각장이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부천아트벙커 B39'로 새롭게 태어났다. 사진은 아트벙커의 1층 멀티미디어홀. 앞으로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 창작 활동이 펼쳐질 계획이다. /부천시
시민의 분노와 우여곡절이 담긴 소각장이 8년 만에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골칫거리 소각장이 아니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했다. 문패를 '부천아트벙커 B39'로 달았다. B는 부천의 영문표기(Bucheon)와 벙커(Bunker)의 첫 단어에서 따왔다. 39는 소각장 벙커 높이 39m와 인근 국도 39호선 등에서 나온 숫자다. 소각장 전체면적 7200㎡ 중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100㎡를 새로 꾸몄다. 국비 등 예산 95억원이 투입됐다. 1층은 공연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홀, 야외 갤러리 전시 공간과 카페 등이 마련됐다. 2층은 문화 예술, 인문 교양, 컴퓨터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실 4곳이 들어섰다. 3~6층은 과거 소각장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문화 재생의 의미를 남길 계획이다.

처음 설계공모 당시 시는 대표 혐오 시설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흔적을 남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쉼터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반적 설계는 설계공모에 당선된 김광수 건축가가 맡았다. 김 건축가는 "철거하지 않고 공간 변형을 최대한 줄이면서 문화 공간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관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굴뚝과 건물 골격은 그대로다. 시 관계자는 "다이옥신 사건으로 삼정동 소각장은 지역 환경 운동의 상징적 장소"라고 했다.

단순히 건물만 고치는 데 중점을 두지 않았다. 시는 건물 활용 계획 전인 2014년부터 부천문화재단과 공간 운영에 대한 계획부터 세웠다. 콘텐츠 개발 예산을 별도 편성하고 다양한 운용 프로그램을 실험했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미술관, 공연장처럼 특정 목적을 갖기보다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문화 실험이 펼쳐질 예정이다. 콘텐츠 운용은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에서 맡는다. 시 관계자는 "단순한 건물 재생이 아니라 알찬 콘텐츠 기획까지 갖췄다"며 "혐오 시설이던 소각장이 미디어 아트의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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