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직접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고 매일경제가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하던 중 김 위원장이 ‘베트남식 모델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문 대통령과 도보다리 산책에 이은 벤치 대담에서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두 정상이 베트남 이야기를 많이 했다. 베트남은 경제적으로는 중국보다 자본에 대한 통제가 덜하고,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정은은 동아시아의 리더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 자본을 유치해 자본주의를 접목시킨 정책이다. 북한이 베트남식 노선을 택한다는 것은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한 뒤,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 대외 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에 전념할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식 개방은 특히 국가가 완전한 장악력을 쥐고 있는 것으로 당의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 제기돼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베트남식 개혁·개방과 관련한 연구를 상당히 축적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외 자본을 획기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은 주한미군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이번에 했다. 북한은 주한미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