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만 하면 다 내줬다

조선일보
  • 이기훈 기자
    입력 2018.05.03 03:01

    내연녀 시신 유기한 의사가 최근 5년간 유일한 제외 사례
    "너무 쉽게 주는 것 아니냐" 지적

    최근 5년간 취소된 면허를 다시 내 달라고 요구한 의사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면허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41건 있었다. 그중에서 40건(97.5%)이 승인됐다. 아직 검토 중인 한 건은 지난 2012년 내연녀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하다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김모씨 사례다.

    복지부 관계자는 "역대 의사 면허 재교부 신청 가운데 승인이 나지 않은 유일한 사례"라고 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는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정 청구 ▲의사 면허 대여 ▲비도덕적 진료 행위(마약 투약, 일회용품 재사용) 등 의료 관련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최근 5년간 의사 131명의 면허가 취소됐다.

    그러나 의료 관련법을 제외한 살인이나 성폭행 등 일반 형사범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는 취소되지 않는다. 의료 사고에 따른 과실치사도 면허 취소 사유에서 빠져 있다.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 다른 전문직과 달리 면허 취소 사유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의료 관련법 위반으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라도 면허 취소 사유에 따라 1~3년 후에 면허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복지부는 '취소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할 때' 면허를 다시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신청만 하면 재교부해주고 있어 '의사 면허는 종신 면허'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변호사는 "사실상 면허 취소가 아니라 1~3년짜리 면허 정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면허 취소가 면허를 영구히 박탈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고 뉘우치고 있다고 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면허를 안 내줄 순 없다"고 했다.

    신현호 의료 전문 변호사는 "현행법은 복지부가 면허 재교부를 안 하려면 '면허를 다시 내어 줘선 안 되는 사유가 있다'고 먼저 입증해야 하는 까다로운 구조"라면서 "특정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성범죄 등을 저질렀을 때 최장 10년까지 면허를 못 돌려받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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