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원 기자의 한 點] 고상한 미술계 조롱하는 '요즘 것들'

조선일보
  • 변희원 기자
    입력 2018.05.03 03:01

    우지 하한 '베이비부밍'

    변희원 기자
    변희원 기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를 보면 혀를 찼다. "요즘 것들은…". 어느 시대나 기성세대가 보기에 '요즘 것'은 버릇없고, 게으르고, 무지하다.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35)는 인도네시아의 '요즘 것'이다. 그가 미대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 미술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가 미술계에 발을 들일 때쯤 금융위기(2008)가 터졌다. 하한은 "거품이 꺼지자 명확히 드러났다. 정말 미술을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돈벌이를 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라고 했다.

    아라리오 갤러리 라이즈 호텔(서울 서교동)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에 선보인 최신작 '베이비부밍'은 그가 경험한 미술계를 풍자했다. 고전 명화에나 나올 법한 여자는 성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온몸을 '루이비통' 로고가 찍힌 옷으로 휘감았다. 미국 만화 캐릭터를 닮은 동물들은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 회사의 번호판을 들고 뛰어다닌다. 이들 눈에선 '달러'가 번쩍거린다. '요즘 것'이 본 기성 미술계는 고상한 척하면서 돈을 좇는 속물에 가깝다.

    우지 하한의 ‘베이비 부밍’. 30대 중반인 작가는 미국 팝문화와 일본 만화에 영향을 받았다.
    우지 하한의 ‘베이비 부밍’. 30대 중반인 작가는 미국 팝문화와 일본 만화에 영향을 받았다. /아라리오갤러리

    이 작품 꼭대기엔 'sober generation(정신 멀쩡한 세대)'이라는 네온사인이 걸려 있다. 하한은 "우리 세대는 장밋빛 미래에 취해 있지 않다"고 했다. '요즘 것'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부지런하고, 영민하다. 안타깝게도 꿈은 꾸지 않는다. 6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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