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켈리 〈사진〉 백악관 비서실장의 불화설이 또 불거졌다. 켈리 비서실장이 자신은 미국을 재앙에서 구하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참모들에게 수차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idiot)'라고 불렀다고 NBC방송이 8명의 백악관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켈리가 비서실장 취임 1주년을 맞는 7월에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NBC가 전한 백악관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켈리는 참모 회의에서 "트럼프는 다카(DACA·불법이민자자녀추방유예제도)가 뭔지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트럼프에 대해 불평하면서 자신을 '능력이 의심스러운 대통령의 변덕을 제어하며 재앙을 막는 외로운 방어벽'으로 묘사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는 또 사석에서 "내가 나라를 구하고 있다" "내가 아니었더라면 3차 대전이 일어나고 대통령은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인사 문제에서도 불신이 쌓였다는 증언도 있었다. 켈리의 후임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트럼프는 당초 크리스 코백 캔자스주 담당 장관을 염두에 뒀으나, 켈리 비서실장은 직속 부하인 커스틴 닐슨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을 코백과 동시에 천거했고, 닐슨이 최종 낙점됐다. 트럼프는 나중에 이 인사를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켈리의 작업'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를 국가안보실장에 발탁하는 배경에도 켈리와의 불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켈리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켈리의 천거 목록에 없던 볼턴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NBC에 "켈리 실장은 충동적인 대통령을 신중하게 보좌하고 혼돈에 빠진 백악관의 기강을 다잡은 예비역 4성 장군으로 대중에게 각인됐지만, 그 이면에는 미숙하고 분별 없이 조직을 운영해온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와 관련해 켈리 실장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나 모두 이 이야기가 몽땅 헛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 측근 명예를 더럽히고 정부의 성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흩뜨리려는 한심한 시도"라고 일축했다. 백악관도 "어느 누구도 켈리 실장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최선임 참모로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보도를 부인했고, 트럼프도 트위터에 "가짜 뉴스가 이제는 완전히 미쳐서 존재하지도 않는 이름 없는 취재원을 인용해서 온갖 가짜 기사를 조작해 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이번 상황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축출되던 수순과 빼닮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틸러슨이 사석에서 트럼프를 '바보천치(moron)'라고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양측은 불화설을 부인했으나 틸러슨은 지난 3월 '트위터 한 줄'로 경질됐다. 당시 낌새를 채고 틸러슨에게 사전에 전화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도운 이가 켈리 비서실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