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스캔들' 덮으려 파키스탄 이민자 아들 英내무장관으로 발탁

입력 2018.05.02 03:00

4대 각료에 소수 인종 첫 임명

사지드 자비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4월 30일(현지 시각) '윈드러시 세대' 스캔들을 수습하기 위해 신임 내무부 장관으로 사지드 자비드(49·사진) 지역사회부 장관을 임명했다. 자비드는 파키스탄계 이민 2세이다. 영국에서 소수 인종 출신이 4대 각료(재무·외무·국방·내무 장관)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윈드러시 세대는 2차대전 이후 1948년부터 1970년대까지 카리브해 연안 옛 영국 식민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을 뜻한다. 전후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던 영국은 이들을 경제 재건에 활용하기 위해 별도 행정 절차 없이 받아들이고 영국에서 살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다 최근 윈드러시 세대 후손의 일부를 불법 이민자로 간주해 사회보장 서비스에서 배제하면서 반발이 일었다. 특히 앰버 루드 전임 내무장관이 지난해 1월 메이 총리에게 "향후 수년간 윈드러시 세대 불법 이민자 추방을 10% 이상 늘리겠다"고 한 서한이 폭로되면서 루드 장관 사임으로까지 번졌다.

메이 총리는 루드를 경질한 즉시 이민자의 후손인 자비드를 후임으로 임명해 수습에 나섰다. 자비드는 윈드러시 세대들의 '브리티시 드림'을 상징하는 정치인이다.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그의 아버지가 1961년 런던 히스로공항에 도착했을 때 재산은 1파운드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아버지가 버스기사로 생계를 꾸리는 사이 자비드는 엑서터대를 졸업하고 체이스맨해튼,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승승장구했다.

2007년 38세에 도이체방크 임원이 됐고, 2년 후 정계 진출을 위해 사표를 낼 때 연봉이 300만파운드(약 44억원)에 달했다. 2010년 여당인 보수당 하원에 진출한 자비드는 2014년부터 문화언론체육부, 산업부, 지역사회부 장관 등을 지냈다.

자비드는 파키스탄계 2세이지만 무슬림으로서 정체성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전형적인 영국 중산층 백인 가정 출신 기독교도와 결혼했다. 집무실에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초상화를 걸어 놓고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자비드 임명에 대해 "메이 총리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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